FANG은 잊어라 … 이젠 아시아의 4마리 용  STAT
올 들어 미국 뉴욕 증시를 이끌고 있는 ‘팡(FANG)’ 대신 아시아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인 ‘스탯(STAT)’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의 투자회사 세븐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는 지난 9일 낸 투자보고서에서 삼성전자(S), 중국 텐센트(T)와 알리바바(A), 대만 반도체 회사 TSMC 등 네 개 기업의 알파벳 첫 글자를 딴 ‘스탯’ 기업이 미국의 대형 IT 기업보다 더 큰 성장잠재력과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신흥시장 성장세를 대변하는 이들 기업을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지칭하며 투자의 다양성과 장기적 관점에서도 투자할 가치가 높다고 내다봤다.

대신 페이스북(F), 아마존(A). 넷플릭스(N), 알파벳(G·구글의 모기업)을 가리키는 ‘팡’ 기업은 올해 주가가 30% 급등하면서 실제 가치와 주가가 괴리돼 조정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팡’ 주식은 이날 뉴욕증시에서 주가가 3% 넘게 급락하면서 나스닥지수를 1.8% 끌어내렸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이날 ‘팡’ 기업에 경고등이 켜졌다고 지적했고, 골드만삭스는 대형 IT기업의 주가가 ‘밸류에이션 에어포켓’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올 들어 30% 이상 급등한 ‘팡’ 기업 주가가 순식간에 하락할지 모른다는 우려와 함께 투자자들이 대거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비행기가 하강기류를 만나 고도가 급속히 떨어지듯 주가가 급락했다는 설명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인터넷과 모바일 광고시장에서, 아마존과 넷플릭스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는 등 사업이 겹친다는 점도 ‘팡’ 기업 전체 가치평가에 복잡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면 ‘스탯’ 기업은 선진국에 비해 신기술을 빠르게 채택하는 아시아 소비자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아시아 지역 전체 경제성장률도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는 선진국보다 높다. 주가수익률을 감안하더라도 ‘스탯’이 ‘팡’ 주식보다 더 매력적이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지수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MSCI 아시아지수(일본 제외) 상장지수펀드(ETF) 주가상승률은 올 들어 22%로 7%대에 그친 S&P500 ETF를 압도하고 있다. 나스닥지수 상승률(15.32%)보다 높은 수준이다. ‘신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CNBC 방송에 나와 “올해 신흥시장의 투자수익률이 미국을 뛰어넘을 것”이라며 “달러 약세 시 더 많은 투자자가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