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적자 대책 발표 앞두고 또…"한·미 FTA에 환율조작 금지 넣어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환율조작 관련 규정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을 주장하고 교역국과의 무역적자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프레드 버그스텐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명예소장 겸 선임연구원(사진)은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PIIE 본부에서 열린 ‘환율갈등과 무역정책: 새로운 미국의 전략’이라는 제목의 세미나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FTA 등 기존 무역협정은 물론 일본 중국 영국과의 새로운 무역협정에 환율조작 금지 규정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버그스텐 명예소장은 미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보를 거쳐 1981년 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전신)를 설립한 뒤 미 통상정책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온 인물이다. 지난해 2월 무역촉진법에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으로 대미 무역흑자 200억달러 초과, 경상흑자 국내총생산(GDP) 3% 초과 등의 요건을 반영한 것도 PIIE가 제안해서다.

버그스텐 명예소장은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중국 등 대미 교역국의 외환시장 개입 규모가 6000억달러에 이르렀고, 이에 따른 미국의 피해 규모(무역적자)가 2000억달러에 달했다”며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외환시장 개입에 맞대응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역 상대국이 환율시장에 개입해 달러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환율조작에 나서면 미국도 상대국 통화를 똑같은 양만큼 사들여 조작에 따른 영향을 상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들일 상대국 통화가 마땅치 않으면 교역 상대국이 달러화 자산으로 벌어들인 수익에 세금을 물리거나, 더 이상 달러 자산을 매입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가할 수 있다. 상대국이 통화 가치 하락으로 혜택을 본 만큼 상대국의 수출 제품에 보복관세를 매기거나 부과금을 물리는 등 다양한 보복 행위도 병행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 상무부에 무역적자 원인과 교역국과의 무역협정상 문제점을 연구해 대책까지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빌 포스터 연방 하원의원(민주당)은 “미국의 만성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뭔가를 해야 할 시점”이라며 “다양한 적자 해소 아이디어를 입법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