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테러리스트 되려는 사람" 동맹국 통보받기도
"증거 불충분 용의자 처리 방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 필요"
영국 부실안보 파문…세차례 테러 모두 '신고된 인물' 소행
영국 런던 브리지 테러범들이 극단주의 위험인물 감시망에 올랐음에도 사전에 저지되지 않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정보당국의 용의자 부실 관리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보당국이 테러 위협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용의자를 제대로 감시할 수 있도록 수사 방식을 개선하고 인권법을 개정하는 등 관련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런던 브리지 테러범 3명 가운데 2명이 과거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 때문에 정보당국의 감시망에 올랐던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3일 발생한 런던 브리지 테러의 범인 3명 중 파키스탄 출신 쿠람 버트가 대테러 당국의 수사를 받은 이력이 나온 데 이어 또 다른 테러범 유세프 자그바도의 경우도 이탈리아 당국이 지난해 영국 정보기관에 그에 관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던 사실이 확인됐다.

모로코계 이탈리아인 자그바는 지난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합류하기 위해 시리아로 가려고 이탈리아 볼로냐 공항에서 터키행 비행기를 타려다 이탈리아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이탈리아 사법당국은 이러한 사실을 지난해 영국 정보당국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탈리아 당국은 "자그바가 테러리스트가 되려고 한다"는 내용까지 영국 당국에 통보했으나 입국이 허용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런던경찰청은 쿠람 버트가 영국 내 급진 이슬람 단체인 '알무하지룬'에 연루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가 테러 모의에 대한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극단주의 위험인물 감시망에 포함되지 않은 사실도 확인했다.

이로써 올해 웨스트민스터, 맨체스터에 이어 런던 등 영국 내에서 발생한 3건의 테러 모두 극단주의 위험인물 감시망에 올랐던 범인들이 연루된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이러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 5일 테러 용의자들의 이동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며 "만약 우리 인권법이 이를 가로막는다면 법을 바꿔서라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경찰청도 이번 테러를 계기로 수사 기법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마크 로울리 런던경찰청 부청장은 "9주 동안 5건의 테러 모의를 저지했고 3건의 테러 공격이 성공했다.

이는 우리가 여태껏 겪은 것과는 아주 다른 상황이다.

이제부터는 방식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영국 정보당국의 대테러 수사의 상당 부분은 테러 용의자들을 위험도에 따라 분류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3천여명을 대상으로 500여건의 수사가 진행되며 2만여명이 관리 대상자로 정보당국의 감시망에 올라 있다.

일각에서는 잠재적 테러범으로 의심되지만 테러 모의 사실을 사전에 입증할 방법이 없는 경우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말콤 리프킨드 전 외무장관은 "문제는 범행을 저지를 수도 있는 악당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증거가 없는 사람들을 어떻게 하느냐이다"라고 말했다.

리프킨드 전 장관은 위협이 될 것을 알지만 테러 공격을 준비하는지는 알 수 없는 버트 같은 인물을 어떻게 상대하느냐는 정보당국이 아니라 의회와 국민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보당국에 법이 허용하지 않는 결정을 내리거나 주어지지 않은 권한을 사용할 것을 요구하지 말라. 이는 우리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mong071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