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미국과 대서양관계" 중요성도 강조, 중국에 인권 우려도 전달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파리기후협정 탈퇴 결정에도 중국과 유럽연합(EU)은 이 협정 준수를 강조하며 국제사회의 협정이 성공할 수 있게끔 공동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2일(현지시간) 벨기에를 방문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만나고 나서 한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미국의 탈퇴 결정이 큰 실수라고 확신한다"면서 이렇게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투스크 의장은 "우리가 기후변화에 맞서 공동노력을 배가하는 것은 미래세대에 대한 연대와 전지구를 위한 책임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국이 있든 없든 기후변화 연구와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 기술 발전은 지속한다고도 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강한 대서양관계는 미국의 새 행정부(트럼프 정부)의 불운한 결정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한층 더 지속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강력한 대서양관계는 자유와 평화질서를 지켜나가는 국민과 국가들이 무기력해지거나 홀로 내버려지지 않게끔 해주는 최상의 보증"이라며 서구 가치를 기반으로 한 미국과 유럽의 전통적 우호관계가 근본적으로는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티베트 등 소수민족 상황뿐 아니라 중국 인권 변호사와 활동가들이 당국과 갈등하는 것을 비롯해 표현과 결사 자유의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리 총리와의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선 "양측 모두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이해를 같이한다"라고 설명하고 "북한이 국제의무를 지키고 모든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한 중국의 노력에 사의를 표하고 앞으로도 노력을 지속해 달라고 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리 총리와 투스크 의장 간 회담에 앞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에너지 전환에 후진하는 기어는 없다. 파리협정에도 퇴보는 없다"라고 말했다.

융커 위원장은 이어, 중국·EU 관계는 규율에 기반을 둔 국제체제 위에 단단히 고정돼 있다면서 파리협정의 완전한 이행에 서로 뜻이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중국과 EU의 회동에 앞서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 일부 외신은 양측이 화석연료 감축과 녹색기술 개발 의지를 담은 공동성명을 낼 것이라고 전했다.

성명은 2020년까지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 지원을 위해 연간 1천억 달러(111조 원) 규모의 기후기금을 조성한다는 계획도 담을 것으로 관측됐다.

리 총리는 이와는 별도로 벨기에 현지에서 열린 제12회 EU·중국 비즈니스 정상회의에 참석해 중국의 시장 개방 확대 의지와 높은 경제성장률 유지를 위한 노력을 설명했다.

리 총리는 특히 "10조 달러 이상의 경제 크기를 가진 국가가 수년간 6.5% 넘는 성장을 지속하려면 얼마나 다양한 난제와 맞서야 하는가를 상상해 보라"라면서 "우리가 시장을 더 열고 EU와 더 협력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융커 위원장은 EU와 갈등이 많은 중국의 철강제품 과잉생산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져 일부에선 '기후협정 협력, 경제문제 이견'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