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린 지역에서만 소송을 내온 ‘특허괴물’들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 대법원이 특허소송은 피고 기업 소재지에서만 제기할 수 있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특허괴물과 ‘전쟁’을 벌여온 삼성전자와 애플, 구글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 대법원은 22일(현지시간) 특허소송의 피고가 생산·판매·서비스 등을 하는 사업 지역 어디에서든 원고가 제소할 수 있게 허용한 기존 판례를 뒤집고 피고 회사가 ‘거주’하는 곳, 즉 본사가 있는 지역이나 법인이 설립된 곳에서만 소를 낼 수 있도록 만장일치로 판결했다.

지금까지 특허괴물은 구글 애플을 상대로 미국 전역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캘리포니아주(州)에서 해야 한다. 미국 일간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특허괴물의 목표가 돼 온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크게 환영받을 만한 발전”이라고 보도했다.

특허괴물은 특허를 사들여 제품을 제조하기보다 다른 기업에 특허소송을 걸어 로열티를 받는 회사다. 이들은 그동안 자신에게 우호적인 판결을 한 곳에서 집중적으로 소송을 내 왔다. 대표적인 곳이 텍사스주다. 미국 특허소송의 40% 이상이 텍사스에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마셜에 있는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은 배심원들이 지속적으로 원고에게 유리한 평결을 하면서 특허괴물의 주 무대가 됐다.

삼성전자도 2012년 에릭슨과의 소송, 2013년 특허괴물 론스타와의 소송 등 이곳에서 수십여 건의 제소를 당했다. 뉴욕타임스는 마셜의 판사 한 명이 미국에서 제기된 특허소송의 25%를 맡고 있으며, 이는 뉴욕과 캘리포니아, 플로리다주에서 제기된 소송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미국 기업들이 특허소송을 낼 수 있는 곳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로 특허소송 건수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허괴물이 피고 기업의 본거지에서 소송을 내면 승소 확률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