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100일 계획협상에 '선의 메시지' 수준" 평가절하도

미국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15일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따르면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참석 중인 미국 대표단 단장인 매슈 포틴저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미국 기업은 이미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포틴저 보좌관은 전날 포럼의 인프라연계 분야 분조토론에서 "미국 기업엔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실현할 능력도, 뜻도 있다"며 주중 미국대사관에 일대일로 사업의 협력과 조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했다고 전했다.

주중 미국대사관과 미국 상공단체가 공동 구성한 이 TF 팀은 미국 기업의 일대일로 참여를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구상의 경제적 타당성과 정치적 목적에 경계심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입장을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포틴저 보좌관은 또 일대일로 인프라 건설을 통해 각국의 경제적 연계를 강화하는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동시에 중국이 이 인프라 프로젝트에 해외 민간기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미국 기업이 인프라 사업에서 가진 강점과 경쟁력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기업은 일대일로에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능력이 있다.

아울러 대규모 프로젝트를 실현한 오랜 경험과 우수한 기록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발언이 트럼프 행정부의 이념적 색채가 옅어지면서 기업들의 입장을 적극 수렴, 실리적으로 일대일로 구상에 접근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선딩리(沈丁立) 푸단(復旦)대 국제문제연구원 부원장은 "포틴저가 중국을 이해하고 일대일로 구상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참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기업인 출신이고 미국 신정부는 특별한 사상이념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내세운 구상이라는 이유로 미국이 참여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대사관에 설치되는 TF 팀은 등급이 매우 낮아 실질적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된다.

포틴저 보좌관도 상무부나 교통부 등 해외 프로젝트에 결정권을 가진 부처에 속해있지 않다는 점도 그의 발언이 낮게 평가되는 이유 중 하나다.

따라서 TF 팀 구성안이 포틴저 보좌관이 이번 포럼에 참석하면서 중국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가져온 '작은 선물'이고 그 목적도 미국이 중국과 진행하는 무역 협상에서 선의의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평가절하됐다.

미국과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 4월 정상회담에서 미중 무역과 투자 불균형 해소를 위한 100일 계획을 마련키로 합의함에 따라 현재 협상을 진행 중이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11일 중간 협상 결과를 설명하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미국 카드사의 중국 진출 등 10가지 예비 무역협상안에 합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는 미국이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포럼에 대표단을 파견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일대일로 참여 용의를 협상용 카드로 절하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실리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일대일로가 미국 기업의 수익과 일자리 창출을 보장한다면 참여를 본격 타진할 가능성이 크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