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핵·미사일 개발 포기를 조건으로 한 정상회담을 중국을 통해 제안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9일 보도했다. 통신은 복수의 외교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이 같은 의사를 비공식 경로로 북한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국가체제 전환을 시도하지 않는다 △김정은 정권 붕괴를 추구하지 않는다 △남북통일을 가속화하지 않는다 △미국은 38선 이북으로 올라가지 않는다 등 네 가지를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4노(No) 방침’을 보증한다는 의사를 중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침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3일 국무부 직원 대상 연설에서 밝힌 내용이다.

통신은 트럼프 정부가 강경책과 유화책 양쪽을 사용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전략이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각종 군사훈련과 핵 추진 항공모함 배치 등으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면서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는 미국식 ‘화전양면전략’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통신은 그러나 중국이 이 제안의 성사 가능성을 낮게 보고 북한에 경제원조 실시, 평화협정 체결, 국교정상화 교섭 개시 등을 미국에 역제안했지만 이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베이징을 거쳐 유럽으로 떠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이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이틀 동안 미국 전문가들을 만나 비공개 협의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