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결과 접한 뒤 "이제 우리가 주요야당" 선언
"국민전선 근본적 쇄신"…내달 총선 앞두고 세몰이 승부수


프랑스 대선에서 패한 극우 후보 마린 르펜(48)이 이미지 쇄신을 위해 정당명을 교체하기로 했다.

르펜은 패배를 시인하면서도 올해 대선을 통해 제1야당으로 거듭났다며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르펜은 이날 밤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는 연설에서 대선 직전까지 자신이 대표로 있던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을 근원적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르펜을 대신해 임시 당 대표직을 맡은 스티브 브리우아는 정당 개혁안 중 당명 교체 방안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브리우아는 "다른 성향이 있는 사람에게도 정당의 문을 열자는 취지로, 새로운 기반에서 다시 시작해보기 위해 당명을 교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FN 내부에선 이전에도 당명 교체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일부 급진적 당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당명 교체는 르펜이 아버지이자 FN을 창립한 장 마리 르펜과 거리를 두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프랑스의 '원조 극우' 정치인인 르펜의 아버지는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인종 차별이나 나치 옹호 등 막말을 일삼아 딸의 지지층을 갉아먹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르펜은 아버지와 반목 끝에 2015년 아버지를 당에서 쫓아냈으며 이후 사회 갈등을 유발하는 발언을 자제하며 소수정당이던 FN을 대중정당 반열로 끌어올렸다.

이번 대선 결선투표를 앞두고도 르펜은 극우 색깔을 희석하기 위해 자신이 보편적 국민을 대표한다며 국민전선 당수직에서 물러나는 승부수를 던진 바 있다.

브리우아는 이번 대선에서 르펜이 집권에 실패했으나 이를 실패로 간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극우 후보로는 르펜이 역대 가장 많은 득표율을 얻었다는 점에서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는 이유에서다.

프랑스 주요 여론조사기관들은 에마뉘엘 마크롱이 65.5∼66.1%, 르펜이 33.9∼34.5%를 각각 득표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르펜의 득표율은 극우 후보로는 처음 결선에 진출했던 르펜의 아버지, 장 마리 르펜의 득표율 17.8%를 크게 웃돈다.

실제로 르펜은 이날 대선 결과를 전해들은 뒤 패배를 시인하면서도 "엄청난 결과를 얻었다"며 승리한 어조로 열변을 토했다.

르펜은 "프랑스 국민이 이 엄청난 결과로 우리 애국자 동맹(국민전선)을 주요 야당으로 지정했다"며 "국민전선은 프랑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역사적 기회에 다가서기 위해 근본적으로 쇄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전선의 당수직에서 임시로 물러나 있는 르펜은 새로운 정치 세력을 형성하기 위해 국민전선이 어떻게 운동방식을 개선할지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다음 달 11일, 18일 두 차례 투표에 걸쳐 하원의원 577명을 뽑는 총선을 앞두고 있어 르펜은 대선 종료와 함께 이미 또 다른 선거전에 들어갔다.

해리스 인터랙티브가 이날 발표한 총선 1차 투표 지지율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전선은 22%로 앙마르슈-민주운동당(Modem) 연합(26%)에 이어 2위를 달렸다.

제1야당인 공화당-민주독립당(UDI) 연합과 함께 22%를 얻었으나 실정했다는 비판을 받는 집권 사회당-좌익급진당(PRG) 연합은 8%를 얻는 데 그쳤다.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장재은 기자 luc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