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업·투자은행 분리 규제(글래스 스티걸법)를 되살리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1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래된 시스템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며 “지금 그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글래스 스티걸법은 대공황 이후 은행법을 손질하며 등장했다. 예금을 받는 은행(상업은행)과 못 받는 은행(투자은행)으로 나눠 상업은행의 파산 등에도 예금을 세금으로 일부 보호하는 대신 투자은행처럼 다양한 채권·주식 등 금융상품을 자유롭게 소비자에게 판매하거나 직접 투자할 수 없게 한 것이다.

이 법은 1960년대부터 조금씩 힘을 잃었다. 월가의 적극적인 로비와 규제완화 바람을 타고 빌 클린턴 정부 때인 1999년 글래스 스티걸법의 네 가지 핵심 규제 중 두 가지를 폐기하는 그램리치 블라일리법이 도입됐다. 글래스 스티걸법이 다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월가에 ‘대형 폭탄’을 던진 셈이다. 월가의 대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글래스 스티걸법 부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장의 반응은 ‘불발탄’ 수준이다. 24개 주요 은행 주가를 반영하는 KBW 은행인덱스는 이날 트럼프의 발언이 전해지자 잠시 하락했을 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0.93% 상승 마감했다.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블룸버그는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이 낸 글래스 스티걸법 부활 제안에 대해 공화당에서 찬성하는 사람은 존 매케인 의원 한 명뿐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양당은 오바마케어(전국민 건강보험법) 개편 등 다뤄야 할 이슈가 산적해 있다.

■ 글래스 스티걸법

1933년 대공황 후 도입된 상업·투자은행 분리법. 예금을 받을 수 있는 상업은행과 예금을 받지 못하는 대신 금융상품 판매 및 투자가 자유로운 투자은행으로 나눠 서로 다른 규제를 적용했다. 1999년 대체법 등장으로 폐기됐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