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는 '더티 시티' 오명 벗고
매립시설 부족·잦은 파업 등 공공 서비스에 '마피아' 연루
주 3회 700t씩 1000㎞ 이동

오스트리아는 에너지 얻어
발전소에서 태워 전기로 전환…17만 가구에 공급 '전력난 해소'
세계적인 관광도시 이탈리아의 로마는 쓰레기 문제로 몸살을 앓아왔다. 콜로세움 등 주요 관광지의 쓰레기통은 미어터졌고, 바티칸시티와 인접한 부유한 주택가 프라티 같은 곳에서도 쓰레기가 아무데나 흩어져 있었다. 쓰레기 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고, 매립지 자체도 부족해서다.
로마 쓰레기, 열차 타고 오스트리아로 가는 까닭

쓰레기 대란에 시달리던 로마가 찾아낸 해법은 ‘수출’이다. 지난 23일 영국 BBC방송 보도에 따르면 로마는 북부 접경국가인 오스트리아에 매주 ‘쓰레기 열차’를 보낸다. 한 번에 약 700t씩, 주 3회까지 로마 주택가의 쓰레기가 담긴 열차가 알프스산맥을 넘어 오스트리아 북동부 티롤에 있는 츠벤텐도르프까지 약 1000㎞를 이동한다.

◆로마産 쓰레기로 전력 생산

츠벤텐도르프는 오스트리아 수도 빈 인근에 있는 작은 마을로 다뉴브강을 끼고 있다. 이곳에는 오스트리아 기업 EVN그룹의 화력발전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쓰레기를 소각해 나온 가스를 증기에너지로, 다시 전력으로 바꾸는 것이다. 로마는 EVN그룹에 돈을 내고 한 해 최대 7만t까지 쓰레기를 넘기는 계약을 맺었다.

EVN그룹은 돈을 로마에서만 받는 게 아니다. 로마산 쓰레기를 태워 나온 전력은 오스트리아 남부의 17만가구에 공급해 돈을 번다. 로마는 쓰레기를 처리하고 오스트리아는 전력을 얻을 수 있는 윈윈이 되는 거래다. 게르노트 알폰스 EVN 쓰레기소각 화력발전부문 대표는 “(로마 인근에) 쓰레기를 매립하면 엄청난 양의 메탄가스가 나오고 대규모 이산화탄소가 발생할 텐데 1000㎞를 이동하더라도 에너지효율이 높은 발전소로 옮겨 쓰레기를 처리하는 게 더 친환경적”이라고 설명했다.

로마가 이런 신통한 방법을 고안한 건 그만큼 쓰레기 대란이 심각해서다. 매립지가 포화된 데다 지난해 청소노동자 파업이 이어지면서 사정이 악화됐다. 유명 전통시장 캄포데피오리의 한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은 “매일 2~3시간씩 시장이 (쓰레기로 뒤덮여) 역겨운 상태가 되면서 관광객이 모두 도망갈 지경”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쓰레기 대란 근본 원인은 마피아

이탈리아의 쓰레기 대란은 로마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지 영자지 더로컬에 따르면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섬도 2015년부터 배로 오스트리아에 쓰레기를 실어나르고 있다. 이탈리아 연구센터 ISPRA에 따르면 지난해 이탈리아의 ‘쓰레기 수출’ 규모는 36만1000t에 달한다. 주로 오스트리아(27.5%)로 수출됐고 헝가리(13.3%), 슬로바키아(9.6%), 스페인(7.5%)으로도 가고 있다.

이는 쓰레기를 매립보다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도록 유도하는 유럽연합(EU) 규정 덕분이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더로컬에 따르면 로마, 시칠리아, 나폴리 등 쓰레기 처리에 곤란을 겪는 도시는 대부분 청소서비스에 마피아가 개입돼 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비용을 내지만 쓰레기 수거와 분리 처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부패와의 전쟁’이 필수다. 로마 시민들은 지난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큰소리친 오성운동(M5S) 소속 30대 여성인 비르지니아 라지를 시장으로 선출했다. 그러나 라지 시장이 쓰레기 해결을 위해 임명한 파올라 무라로 환경국장이 마피아와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아 역풍이 일고 있다. 무라로 국장은 마피아와 연관된 도시폐기물공사(AMA)에서 12년이나 ‘컨설턴트’로 일하며 거액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