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비밀' 찾아나선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
저커버그만큼 뇌에 관심이 많은 실리콘밸리의 거물이 또 있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 창업자이자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운영하고 있는 엘론 머스크다. 그는 지난해 의료연구 회사인 뉴럴링크를 세우고 뇌 기능을 강화하는 초소형 칩 ‘뉴럴 레이스’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1~2년 새 비약적으로 발전한 인공지능(AI)이 뇌 연구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구글 알파고와 IBM 왓슨이 빅데이터를 등에 업고 AI 기술의 난제를 하나둘 해결하면서 인간이 지금보다 훨씬 뛰어난 뇌를 갖게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엇비슷한 기술처럼 보이지만 양측은 미묘한 자존심 경쟁을 벌이고 있다. 머스크가 추진하는 뉴럴 레이스는 인간의 뇌 겉부분인 대뇌피질에 뇌파를 측정하는 초소형 AI칩을 심은 뒤 이 칩을 이용해 생각과 기억을 컴퓨터와 공유하는 기술이다.
반면 페이스북은 머리에서 뇌파를 읽어들여 단어를 입력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끄는 페이스북 하드웨어 개발팀 ‘빌딩 8’의 레지나 두간 최고책임자는 “뇌파만을 사용해 1분에 단어 100개를 입력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머스크의 구상은 원대하고 이상적인 반면 저커버그는 현실적이면서 중요한 난제 해결에 주목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BCI 기술은 주로 사지마비 환자의 보행과 움직임을 돕는 데 활용됐다. 반면 마비 환자에게 절실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데는 별 진전이 없었다. 최영식 한국뇌연구원 뇌질환연구부장은 “연구자들이 뇌 측두엽에서 단어를 떠올릴 때 어떤 뇌파가 발생하는지 정확히 원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페이스북의 도전 과제는 가장 어려운 뇌에서 언어 사용의 실마리를 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계는 두 억만장자의 뇌 연구 투자에 환호하고 있다. 지금까지 뇌 연구는 대부분 정부가 주도하거나 대학 연구실 수준에 머물렀다. 두 거물이 이끄는 뇌 연구가 뇌 기술 투자에 주저하는 국내외 기업들에 자극제가 될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박근태/유하늘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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