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 인재 안 뺏긴다"…'공짜 등록금' 도입한 뉴욕주
미국 뉴욕주가 지난 9일 중산층 이하 가정에 공립대 등록금을 전액 면제하는 법안을 주의회로부터 승인받았다. 올 가을학기부터 뉴욕주립대(SUNY)와 뉴욕시립대(CUNY) 등 공립대에 적용된다. 일부 2년제 칼리지에서 무상수업을 도입한 주가 있지만 4년제 대학은 뉴욕주가 처음이다.

대상은 연소득 10만달러(약 1억1430만원) 이하인 뉴욕주 가정으로, 대학생 자녀가 있는 주민의 약 80%가 혜택을 보게 된다. 연소득 기준은 2019년 12만5000달러로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현재 뉴욕주립대 연간 등록금은 6470달러 수준이다. 물론 조건은 있다. 돈을 받은 만큼 졸업 후 뉴욕주에 의무적으로 살아야 한다.

미국만큼 의무교육 논란이 거센 나라는 드물다. 미국의 많은 교육기관은 19세기 후반 설립됐지만 정작 각주(州)가 의무교육법제를 도입한 건 1920년이었다. 그만큼 의무교육에 강한 거부감이 있었던 것이다.

의무교육을 국가 의무로 선언한 것도 1954년 연방대법원 판결을 통해서다. 고등교육은 공공재며 올바른 민주주의를 위해선 자격 있는 학생들이 교육에 쉽게 접근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런 연방법원이 20년 뒤인 1975년 오히려 교육에서 ‘부모의 권리와 의무’를 중시하면서 이전의 판결을 뒤집었다. 교육은 기본적으로 사권(私權)이며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학부모와 학생에게 주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혼선은 정부가 바뀌면서 계속 논란이 돼왔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들어서도 사교육을 강조하는 교육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논란을 빚었다.

정작 이번 정책을 보는 시각은 다른 데에 있다. 야당인 민주당 소속의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교사 평가를 강화하고 교육 투자를 늘리는 등 수월성 교육을 중시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뉴욕주를 캘리포니아주처럼 만들겠다는 야심이 있다. 이민 인재를 적극 받아들인 캘리포니아주는 실리콘밸리를 조성했고 정보기술(IT)경제를 만들었다.

이와 달리 뉴욕주는 시카고나 캘리포니아로 인재를 점점 빼앗겼다. 뉴욕에는 인재를 끌어들일 만한 매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무상수업료를 계기로 쿠오모는 뉴욕을 첨단 클러스터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미국 지방정부 간의 ‘탤런트 워(인재 전쟁)’가 점점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뉴욕주 사립대들은 등록금 면제 제도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학생이 공립대로 빠져나가지 않을까 우려한다. 뉴욕주립대 교수들도 반대에 나섰다. 교수 증원 없이 학생만 증가할 게 뻔해서다. 무상수업이 시행되면 뉴욕 공립대에 한 해 3만2000명의 학생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오리건주가 비슷한 법안을 냈다. 단지 포퓰리즘의 문제만이 아니다. 수업료 무상화는 미국 전역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오춘호 국제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