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韓 13억불↓ 中 28억불↓…對美 흑자국 순위 韓 6→9위로
캐나다·아일랜드·스위스는 대미 무역흑자 급증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을 상대로 많은 무역흑자를 내는 국가들을 무역전쟁의 타깃으로 삼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올해 들어 한국, 인도, 대만 등 주요 국가의 대미(對美) 무역흑자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전쟁을 우려해 대미 수출을 줄이고 수입을 늘리는 데 경쟁적으로 나선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월까지 미국의 상품무역수지 적자는 1천178억1천만 달러로 지난해 1~2월(1천119억4천만 달러)에 비해 5.2%(58억7천만 달러) 늘어났다.

이 기간 수출이 2천373억4천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2천221억1천만 달러)보다 6.9%(152억3천만 달러) 늘어났는데도, 수입도 3천551억5천만 달러로 지난해 1~2월(3천340억5천만 달러)보다 6.3%(211억 달러)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인 2월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499억5천만 달러로 작년 2월(543억4천만 달러)보다 8.1%(43억9천만 달러)나 축소된 것으로 나타나 미국의 무역적자가 개선세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된다.

교역상대국별로 1~2월 전체를 봐도 대미 흑자가 지난해보다 줄어든 주요교역국이 적지 않았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등을 겨냥해 환율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배경이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를 의식한 교역상대국이 몸을 낮춘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국가·상품별 무역적자를 초래하는 구조를 파악하고 반덤핑 관세나 상계관세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상황에서 이런 적자 축소 흐름은 주목된다.

주요 교역국 가운데 올들어 대미 상품무역흑자 많이 축소된 곳은 한국, 인도, 대만, 중국 등이다.

이 가운데 한국과 대만, 중국은 지난해 10월 미국 재무부가 환율보고서에서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목한 6개국에 포함된 바 있다.

대미 흑자 감소율은 한국이 높았고 감소액은 중국이 컸다.

한국의 지난 1~2월 대미 상품수지 무역흑자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25%(12억9천만 달러) 줄었다.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이 69억 달러로 전년 동기(63억 달러)보다 늘고, 미국으로의 수출은 108억 달러로 전년 동기(115억 달러)보다 감소한 덕이다.

이어 인도의 대미 무역흑자는 같은 기간에 16%(6억8천만 달러), 대만은 12%(2억7천만 달러), 중국은 5%(27억8천만 달러) 각각 축소됐다.

이 가운데 중국의 경우 미국산 원유 수입을 크게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도 같은 기간 대미 무역흑자가 0.8%(8천만 달러) 줄었다.

반면에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가 늘어난 곳도 많았다.

제조업 강국인 독일은 2.9%(2억7천만 달러),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묶인 멕시코는 4.4%(4억1천만 달러), 베트남은 5%(2억7천만 달러)씩 대미무역흑자가 늘어났다.

특히 아일랜드는 38.9%(19억4천만 달러), 스위스는 46.3%(6억7천만 달러), 캐나다는 58.1%(20억3천만 달러)씩 대미무역흑자가 폭증했다.

이에 따라 대미무역흑자 대국 순위도 뒤바뀌었다.

올들어 2월까지 대미무역흑자대국은 1위 중국(542억7천만 달러), 2위 일본(101억4천만 달러), 3위 멕시코(97억1천만 달러), 4위 독일(93억2천만 달러), 5위 아일랜드(69억5천만 달러), 6위 베트남(57억6천만 달러), 7위 캐나다(55억3천만 달러), 8위 이탈리아(40억2천만 달러), 9위 한국(38억8천만 달러), 10위 인도(36억3천만 달러) 순이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보면 한국의 순위가 6위에서 3계단, 베트남이 5위에서 1계단, 인도가 8위에서 2계단 각각 떨어졌지만, 캐나다의 순위는 작년 10위에서 3계단, 아일랜드는 7위에서 2계단 각각 상승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