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담판’으로 관심을 모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에선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어떤 합의도 나오지 못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조치 문제는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북핵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 힘겨루기와 한반도 정세 불안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정상회담이 끝난 뒤 성명서 발표나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데 대해 핵심 현안으로 꼽혔던 북핵 문제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양국 정상은 북한 문제에 대해 매우 폭넓고 종합적으로 얘기를 나눴다”면서도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논의된 패키지 합의 같은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어 “우리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 협력하길 원한다”면서 “(북핵 문제의 해법이) 중국과 조율할 수 없는 것이면 독자적인 방도를 마련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이 ‘군사옵션을 포함한 강력한 압박’(미국)과 ‘대화와 협상’(중국)이란 기존의 입장 차이만을 확인하는 데 그친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정상회담이 끝난 뒤 8일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9일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잇따라 전화통화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황 권한대행에게 “정상회담 동안 사드 배치 관련 문제에 대한 미국 측 뜻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와는 북한 문제에 대해 한·미·일 3국 간 결속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주요 언론은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미국의 시리아 공습으로 빛이 바랬으며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도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 언론들은 ‘엄청난 진전’을 이뤄낸 성공적인 회담이라고 자화자찬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양측 모두 긍정적이고 충분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