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뻔한 결말?…외교·안보 '으르렁', 경제는 '물밑 빅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2월2일 베이징에서 자국의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과 만났다. 전날엔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겸 정치국 상무위원도 키신저를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때였다. 키신저는 트럼프 외교를 물밑에서 움직이는 후견인으로 유명했다.

미·중 정상회담, 뻔한 결말?…외교·안보 '으르렁', 경제는 '물밑 빅딜'
이후 불과 4개월 만에 미·중 정상회담이 6~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리조트에서 열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시 주석은 ‘중국몽(夢)’을 국가비전으로 내세우고 있어 ‘꿈 대 꿈’의 대결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국몽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의미가 담겨있다. 과거 그 어느 때 정상회담보다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대규모 선물로 달래온 중국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38년간 열린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줄곧 북한 문제와 대만, 중국의 이념 등을 건드렸고 대중 무역적자 문제를 지적해왔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과 앉은 자리에서 북핵과 중국 인권 문제를 건드렸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시 주석에게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북한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이슈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회담에서도 핵심 의제다. 해결되지 않고 이월돼온 양국의 핵심 이익 문제다.

중국은 경제적인 선물로 미국을 달래왔다. 미 국채와 민간 여객기를 사들이는 등 지갑을 열어왔다. 시 주석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보잉 여객기 구매를 포함해 450억달러에 이르는 통 큰 선물을 했다. 이 같은 패턴이 이어지다 보니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얼마를 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이 미국의 인프라 개선 프로젝트에 수십억달러를 더 투자하는 것이 양국 간 무역전쟁보다 비용이 적게 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인프라 개선 프로젝트에 1조달러가 필요하다. 국채를 조달해 마련하려면 금리 인상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중국이 자금을 투자해주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중국은 그 대가로 환율조작국 지정, 고율 관세 부과 등의 통상 보복을 피할 수 있다. 시장경제국 지위를 얻어낼 수도 있다.

◆무시 못할 화교들의 압박

지난 2월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는 광고 전광판이 켜졌다. 춘제(중국 설)를 맞아 트럼프 대통령의 한 해 행복을 기원하는 내용이었다. 중국 100대 기업이 뜻을 모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출연 기업엔 가전업체 가란즈와 유가공업체 멍뉴, 에어컨업체 AUX 등이 포함됐다. 모두 중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끈 기업은 부동산 개발업체 뤄디그룹(綠地集團)이었다.

뤄디그룹은 뉴욕 브루클린의 50억달러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맡은 중국 국유기업이다. 뉴욕 부동산가에는 뤄디그룹의 존재가 이미 알려져 있다. 부동산 재벌이었던 트럼프도, 그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도 이들 기업과 인맥을 쌓고 있음은 물론이다. 쿠슈너는 특히 중국의 최대 부동산 재벌인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과도 친하다.

중국은 이번 회담을 위해 이들 화교 인맥을 최대한 이용했다. 중국 측은 트럼프의 딸 이방카를 주미 중국대사관 춘제 행사에 초대했다. 중국 안방보험을 통해 쿠슈너 가족기업 소유의 맨해튼 고층건물 재건축 사업에 투자하려 했다.

뉴욕타임스가 “6~7일 미·중 정상회담은 쿠슈너와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의 합작품”이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추이 대사가 정상회담과 관련한 각종 제안을 쿠슈너를 통해서 했다는 것이다. 추이 대사가 정상회담 이후 발표할 공동성명 초안까지 쿠슈너를 거쳐 전달했다는 소식도 있다.

◆물밑에선 기업들 적극적

구글은 지난달 말 중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스마트폰에서 다양한 언어를 순식간에 번역하는 무료 앱(구글번역)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7년 만에 중국 시장에 재진입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자동차 등 자동차 업체도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중국 시장 내 점유율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중국 기업도 마찬가지다. 마윈이 운영하는 앤트파이낸셜그룹은 반중(反中) 기류에 휘말려 좌초할 위기인 미국의 송금업체 머니그램 인수를 다시 추진 중이다.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은 외교안보 분야 못지않게 복잡한 경제로 얽히고설켜 있다. 어느 누구의 일방적인 승리와 패배는 있을 수 없다. 그동안 외교안보 문제보다 경제분야에서 협력과 양보가 쉬웠고, 많았다는 게 주목할 포인트다.

오춘호 국제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