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보고서 따른 반정부시위 후 첫 공개 반응
"정치적 이득 얻으려고 후원받아 선동 영상물 제작"



부정 축재 의혹으로 러시아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불러온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자신에 대한 의혹을 '헛소리'라고 일축했다.

이타르타스 통신과 BBC방송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총리는 4일(현지시간) 방문한 모스크바 남부 베이컨 공장에서 노동자들과 만나 "그들은 나와 내 지인, 그리고 내가 들어보지도 못한 사람들에 대해 헛소리를 떠벌리고 있다"며 최근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발표한 부정 축재 보고서를 반박했다.

나발니는 보고서에서 메드베데프 총리가 국내외에 대규모 토지, 고급 저택, 포도원, 요트 등을 보유하고 있다며, 그가 공직자 월급으로서는 도저히 구매할 수 없는 이 같은 거액의 자산을 축적한 배경을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이 선동적인 비디오는 사적인 후원자의 지원을 받아 비싸게 제작됐다"며 "여기에는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의도가 개입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신들이 말하는 인물(나발니)은 공개적으로 '그들 모두는 나쁜 사람들이다.

나를 대통령으로 뽑아달라'고 말하며 사람들이 거리에 나오도록 선동하고 있다"며 미성년자를 시위에 끌어들이는 것은 사실상 범죄라고 비판했다.

나발니의 보고서 발표 후 러시아 전역의 주요 도시에서는 공직자 부패 척결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이로 인해 수백 명의 시위대가 경찰에 체포됐고, 나발니는 15일 구류와 벌금형에 처해졌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그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젊은이들을 거리로 끌어들여 구호를 외치게 하지만, 결국 이들 젊은이는 공권력에 노출돼 고통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강심장을 가지고 있어 이러한 공격에 신경 쓰지 않는다"며 "내가 매번 이러한 공격에 반응했다면 나는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드베데프 총리가 나발니 보고서 후 공개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14명을 사망케 한 참혹한 지하철 테러가 발생한 시점에서 이러한 발언을 한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고 AFP통신은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