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는 '골디락스' 라는데…아직은 못 미더운 월가
미국 경제가 이상적인 성장궤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미 중앙은행(Fed)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에 발목이 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는 30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미국 경제는 골디락스”라며 “정확히 지금 상태에 머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골디락스는 경기가 과열되지 않고 물가가 안정된 상황에서 적절하게 성장하는 이상적인 상태를 뜻한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은행 총재도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완만하게 웃돌며 성장하고 있으며 해외 부문 리스크도 상당히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방은행 총재 역시 “미국 경제가 1분기에는 부진하겠지만 곧 반등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발표된 지난해 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확정치도 2.1%로 수정치(1.9%)보다 0.2%포인트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신은 “미국의 경기지표는 이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탄탄하다”며 “문제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라고 보도했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올 들어 4.9% 상승했지만 3월 들어 0.5% 하락하면서 조정받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마이크 파일 블랙록 거시경제리서치센터장은 “금융시장에 ‘착한 트럼프’에 대한 기대와 ‘나쁜 트럼프’에 대한 우려가 혼재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해 공화당의 강경파와 민주당까지 아우르는 정치적 타협을 통해 경기 부양책을 신속하게 추진하는 ‘착한’ 모습으로 돌아설지,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고수하면서 시장 불안감을 키우는 ‘나쁜’ 모습을 보일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연방은행 총재도 미국 경제가 직면한 위험을 ‘워싱턴’으로 표현하면서 “정치적 리스크가 성장 국면의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일 센터장은 “트럼프노믹스(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잠재적인 투자 위험요소가 되고 있다”면서도 “안보와 무역정책에서 강경 노선을 고집할 것이라는 우려는 과도하다”고 말했다.

영국의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골프에서 벙커샷하는 사진을 표지에 올리며 트럼프 대통령이 곤경에 처했다고 전했다. 취임 후 발동한 이민법 행정명령이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고, 건강보험 개혁법안인 ‘트럼프케어’마저 무산된 상황을 빗댔다.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결정에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따라오는 최고경영자(CEO) 역할에 익숙했지만 이제는 협의와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