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석유회사인 엑슨모빌이 미국의 기후변화협정 잔류를 촉구했다. 엑슨모빌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발탁되기 직전 재직한 회사다.

2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엑슨모빌은 지난주 백악관 국제에너지·환경 담당 특보에게 보낸 서한에서 “파리협정은 기후변화 리스크에 대처할 효율적인 틀”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 석유회사들은 석탄 대신 청정에너지인 천연가스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지지하고 있다.

엑슨모빌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가능한 한 자유롭고 경쟁적이려면 미국이 공정한 활동 무대를 보장하는 파리기후변화협정의 당사자로 남는 것이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풍부한 천연가스 매장량, 석유와 천연가스, 석유화학을 포함한 혁신적 민간 산업 덕분에 파리협정의 틀 안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여부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해 대통령선거 당시 “취임 후 100일 내 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공언했으나 막상 당선된 뒤엔 “열린 마음으로 아주 면밀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재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기존 에너지 규제 뒤집기에 나섰다. 28일 ‘청정전력계획’ 백지화와 국유지 내에서의 석탄 채굴 허용, 환경규제 도입작업 중단 등을 담은 ‘에너지 독립’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청정전력계획은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가 도입했다. 발전소의 석탄 사용을 줄여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2005년 대비 32% 줄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정부는 석탄과의 전쟁을 그만둘 것”이라며 “새 행정명령은 미국의 에너지 규제를 없애고, 정부 간섭을 중단하고, 일자리를 죽이는 규제를 취소하는 역사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