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레릭 미국기업연구소(AEI) 방문연구원이 최근 미국 재무부 국제금융 담당 차관보에 지명됐다. 사진=블룸버그
애덤 레릭 미국기업연구소(AEI) 방문연구원이 최근 미국 재무부 국제금융 담당 차관보에 지명됐다. 사진=블룸버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에 비판적인 경제학자인 애덤 레릭을 재무부 국제금융담당 차관보에 지명했다. 이에 따라 두 국제기구와 미국 행정부의 긴장 관계가 전망된다.

2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출신인 레릭 지명자는 1990년대에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두 국제기구의 역할에 대한 미국 의회의 조사활동에 참여했던 전례가 있다.

레릭은 IMF가 장기간의 구제금융 대신 위기에 처한 국가들의 단기 유동성을 지원하는 데 전념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보고서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문제의 보고서는 세계은행도 빈국들을 지원하는 것으로 활동을 축소해야 하며 지금처럼 중국과 같은 중진국들을 대상으로 대출과 자문을 제공하는 역할을 포기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IMF와 세계은행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최대 주주인 미국이 어떤 신호를 보낼지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두 기구 내부에서는 레릭이 지명됐다는 소식을 우려할 만한 신호라고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3년간 세계은행과 기타 국제 개발은행들에 대한 지원 예산을 6억5000만 달러로 삭감하는 예산안을 공개한 것도 불길한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레릭 지명자의 멘토였던 보수주의 경제학자 앨런 멜처는 "내가 아는 바로는 이 자리(국제금융 담당 재무차관보)에 더 나은 인물은 세상에 없다"고 말하며 무한한 신뢰감을 표시했다.

멜처는 수십 년간 두 국제기구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학자였다. 멜처는 레릭이 과거에 제시했던 대로 두 기구의 개혁을 이뤄낼 것으로 확신하는 모습이다.

멜처는 세계은행이 개혁에 소홀한 국가들에 너무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면서 "IMF가 유럽연합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개입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레릭은 IMF에 줄곧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고, 특히 구제금융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고수했다.

레릭은 2000년대 초 아르헨티나 외채 위기 당시 유럽 채권단 대표로 협상에 참여했고 2015년에는 채무 위기에 빠진 그리스가 유로화 외에 병행 통화를 도입할 것을 주장하는가 하면 그리스와 채무 협상을 벌이던 독일 측에 자문을 제공하기도 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세계은행을 담당하는 재무부 고위 관리로 일했던 스콧 모리스는 레릭의 지명을 "급진적인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재무부 국제금융담당 차관보를 지낸 뒤 현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에서 일하는 테드 트루먼은 그가 두 국제기구에 우호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무식한 적"은 결코 아니라고 평했다.

레릭이 지명됐다는 소식에 대해 두 국제기구는 논평을 피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과거와는 다른 접근을 시도할 가능성에 대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시 돋친 발언들에 대해 함구해왔다.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항 강연에서는 청중의 질문에 IMF는 실행되는 정책에 대해서만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답변했을 정도다.

오바마 행정부가 재선을 밀어줬던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골프를 했었다는 사실을 내부 직원들에게 자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세계은행의 증자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은행 내부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