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리포트] 전문가도 어려워하는 알쏭달쏭 호찌민 아파트 투자
베트남 부동산 시장은 지역과 상품에 따른 투자 수익률 격차가 큰 편이다. 어느 지역에 어떤 아파트를 고르느냐가 성공적인 투자의 관건이다. 호찌민과 하노이만해도 시장 특성이 다르고, 호찌민시 내에서도 구(區)별로 가격 형성 요인이 다르다. 같은 지역의 아파트에서도 가격차가 천차만별이다.

○지역별로 천차만별

호찌민을 예로 들어보겠다. 호찌민시 빈탄(Binh Thanh)군은 사이공 강변을 끼고 중심상업지구인 1군에 접한 지역이다. 이곳에서 호치민시의 대표적인 아파트 프로젝트 2개가 초기에 개발됐다. 각각 2005년과 2006년에 착공을 한 사이공펄(Saigon Pearl)과 더맨허(The Manor) 프로젝트가 주인공으로 이 곳의 아파트는 한때 호찌민 최고가를 자랑했다.

1000세대가 넘는 아파트 단지로 사이공강변에 접해있던 사이공펄 아파트는 3단계에 걸쳐 개발과 분양을 실시했다. 그때마다 분양가격이 뜀바길했다. ㎡당 평균 1700달러(평당 650만원)에서 2000달러(평당 760만원)로, 3단계 땐 2300달러(87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 아파트의 지난해 1분기 시세는 1900달러(평당 720만원) 내외로 떨어졌다.

사이공펄 아파트와 욍위칸(Nguyen Huu Canh)도로를 사이에 두고 개발된 더맨허도 비슷한 궤적을 그렸다. 1년 늦게 개발된 만큼 초기 분양가격이 ㎡당 1850~1950달러(평당 700~740만원)로 약간 높게 분양됐다. 한때 ㎡당 2100달러까지 치솟았으나 현재 시세는 ㎡당 1800달러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두 아파트의 각각 초기 가격에서 35%와 10% 정도 가격이 상승했다가 현재 초기 분양가 수준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푸미홍의 성공

이번엔 호치민시에서 한국사람들이 가장 많이 밀집해 있는 거주 지역인 7군 푸미흥 지역을 예로 들어보겠다. 7군 중 푸미흥 지역은 대만 기업과 베트남 지역정부가 함께 개발한 신도시다. 과거 늪지대던 곳이 베트남 최초의 국제적 신도시로 변모했다.

한국인들 상당수가 거주하는 아파트단지인 스카이가든(Sky Garden)은 2004년과 2005년에 1단지와 2단지가 1300여 세대 규모로 개발되고, 3단지는 2008년에 1700세대 규모로 개발됐다. 세대수가 가장 많은 아파트 단지였다. 이중 1단지와 2단지는 초기 분양가격이 ㎡당 700~800달러로 평균 80㎡짜리 아파트가 당시 7000만원 정도에 분양을 했다.

현재 1, 2단지는 ㎡당 1250~1350달러에 거래돈다. 평균 78% 가량 가격이 상승한 셈이다. 7000만원짜리 아파트가 1억3000만원 가량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조금 늦게 분양한 3단지는 어떨까. 1, 2단지의 성공적인 분양에 고무돼 분양가격이 ㎡당 1600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그럼에도 3단지의 현재 가격은 그다지 큰 변동이 없다. 거품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셈이다.

푸미흥에서 가장 전망이 좋다고 소문난 파노라마(Panorama) 아파트 단지는 2006년에 분양된 사례다. 270여 세대로 쾌적한 주거환경과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2006년에 개발 당시 분양가격은 ㎡당 1450 ~1500달러 였다. 지난해 1분기 기준으로 시세는 ㎡당 1900달러 내외다. 30% 정도 상승한 가격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투자는 개인의 몫

호치민시의 대표적인 2개 지역에 대표적인 아파트 2개씩을 검토한 결과를 보면 공통점을 알 수 있다. 한국인과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계획도시로 개발된 7군의 푸미흥의 아파트는 가격이 올랐다. 하지만 도심에 가깝다고 해서 높은 가격에 분양된 아파트들은 보합세거나 오히려 가격이 떨어진 사례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푸미홍 대부분의 아파트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푸미흥에도 초기 분양가격보다 현재 시세가 적게는 7%에서 많게는 15%까지 하락한 프로젝트들도 있다. 가든코트(Garden Court) 아파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빈탄군에도 초기 분양가격보다 현재 시세가 20~100%까지 상승한 아파트가 있다. 따라서 단순히 지역과 주변 편의시설 등 쉽게 눈에 보이는 요소만을 놓고 어떤 아파트에 투자해야 성공하는지를 가늠하는 것은 쉽지 않다.

2000년대 중반에 개발된 대표 아파트로 오랜기간 ‘랜드마크’ 역할을 했던 아파트는 가격이 하나도 오르지 않았다. 작은 평형으로 구성돼 있고, 동간 거리도 좁아 항상 커튼을 쳐야했던 아파트가 두배에 가깝게 오른 것과 비교하면 이런 상황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것이 베트남의 부동산 시장을 만만히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베트남 부동산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많은 이들이 이렇게 묻곤한다. ‘베트남은 경제전망도 밝고, 부동산 수요도 많다. 어느 지역, 어떤 상품에 투자해야 합니까’. 이런 질문엔 필자는 ‘저는 아직 베트남에서 어떤 아파트도 구매하지 않았다’고 답한다. 이 만큼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시장이 베트남 아파트 시장이다.

마지막으로 빈탄군에 개발된 고급아파트인 더맨허와 사이공펄(사진)의 가격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마무리하겠다. 두 아파트 단지 바로 뒤쪽에 더 큰 규모로 더 좋은 편의시설과 더 좋은 주거환경을 갖춘 새로운 아파트가 개발되고 있다. 이것이 가격이 제자리 걸음인 이유 중 하나다. 투자 결정과 책임은 투자자 개인의 몫이다. 전문가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시장의 현상을 분석하고 이론에 접목시켜 가장 가능한 시나리오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정유석 NHO 매니징디렉터/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