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IT 거인 소프트뱅크·알리바바·폭스콘, 미국 투자 계획
창업자간 친분과 공동 투자로 얽힌 사이

실리콘밸리 기업과 티격태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을 안긴 것은 아시아의 거대 IT 기업들이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일본 소프트뱅크 창업자 손 마사요시(孫正義)와 중국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馬雲·잭 마)은 트럼프를 만나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대만 폭스콘(홍하이)의 궈타이밍(郭台銘·테리 궈)은 트럼프를 직접 만나지는 않았지만, 미국 공장 설립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아이폰 조립업체인 폭스콘은 미국 시장에서 더 많은 샤프 제품을 팔아 글로벌 브랜드를 강화하려 한다.

폭스콘은 지난해 일본 샤프를 인수했다.

미국에 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5만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소프트뱅크는 미국의 이동통신 자회사 스프린트를 강화하기 위한 거래를 추진 중이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미국의 작은 기업들이 자사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제품을 팔면 100만개의 새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3개 기업은 시가총액 합계가 4천억 달러이며 110만명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다.

이 3개 회사를 공동 투자와 개인적 관계로 얽힌 "느슨한 연합"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이 트리오의 협력과 상호의존 사례는 많다.

폭스콘은 지난주 소프트뱅크의 아시아 투자펀드인 소프트뱅크 아시아 캐피털의 지분 54.5%를 6억 달러에 샀다.

이는 손 마사요시와 궈타이밍 사이의 신뢰를 보여주는 증거로 여겨졌다.

손 사장은 폭스콘이 지난해 샤프를 인수할 때도 샤프 채권단과 만나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손 사장은 궈 회장을 "진정한 친구"라 부른다.

폭스콘은 소프트뱅크가 곧 출범시킬 1천억 달러짜리 IT 투자펀드에도 자금을 보탤 계획이다.

알리바바와 소프트뱅크의 관계 역시 강하다.

소프트뱅크가 알리바바 초기에 2천만 달러를 투자해 떼돈을 번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두 창업자는 가까운 친구 사이다.

손 사장은 지금도 알리바바 이사로 있다.

소프트뱅크와 알리바바는 중국 차량호출 업체 디디추싱과 인도 소매업체 스냅딜에 함께 투자했다.

스냅딜에는 폭스콘도 투자자로 참여했다.

개인적으로 손 사장과 마 회장은 빌 게이츠의 친환경 에너지펀드에도 나란히 투자했다.

이 두 사람의 스타일은 극명하게 다르다고 이들과 가까이서 일해본 사람들은 말한다.

한 관계자는 "마사(손 사장)는 아이디어맨이다.

그는 모든 것에 직접 관여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잭은 그렇지 않다.

그는 사람과 문화에 신경 쓰지만, 사업의 세부적인 것까지 관심을 두지는 않는다.

그들은 매우 다르지만, 서로를 믿고 지지하는 아주 좋은 친구"라고 말했다.

알리바바는 폭스콘과 함께 소프트뱅크 로보틱스 홀딩스에 투자했다.

이는 사실상 소프트뱅크의 인간 형태 로봇 페퍼를 중국으로 가져가기 위한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12월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일본 시장에서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뉴스트리트리서치의 애널리스트 커크 부드리는 "그들 모두 상대방에게 독특한 기회를 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뭉치면 더 강해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콘의 궈 회장과 알리바바 마 회장 역시 오랜 친구다.

하지만 이들은 처음 만났을 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점을 놓고 논쟁을 하기도 했다.

궈 회장과 손 사장의 사업 관계는 적어도 20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손 사장이 폭스콘에 소프트뱅크의 브로드밴드 모뎀을 제조해달라고 했을 때부터다.

손 사장은 공동 투자자를 넘어 중개인 역할까지 하고 있다.

두 회사의 미국 투자 계획은 독립적인 것이라지만 손 사장이 트럼프를 만난 뒤 폭스콘의 로고 옆에 70억 달러라는 금액이 박힌 자료를 공개했을 때 관계는 명백해졌다.

궈 회장은 나중에 디스플레이공장에 이 금액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MBC닛코증권의 애널리스트 기구치 사토루는 소프트뱅크와 알리바바, 폭스콘 등 3개 회사의 관계가 각자의 필요로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무 리스크를 줄이면서 폭넓게 투자하려면 손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