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만간 발표할 새로운 ‘반(反)이민 행정명령’에서도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 불허 방침을 고수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 보도했다. 대신 영주권(그린카드) 소지자는 입국 불허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WSJ는 새로운 행정명령 초안을 담은 국무부 내부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테러 위협 등 안보를 이유로 취한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도록 한 지난달 행정명령 원안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7개국은 이라크, 이란, 시리아, 리비아, 예멘, 소말리아, 수단이다.

새 행정명령은 그러나 이들 국가의 국민이라도 미국 영주권을 갖고 있으면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달 27일 발표한 행정명령으로 영주권자의 입국마저 거부되면서 행정소송과 함께 대규모 반대시위가 일어나자 나중에 이들을 입국 금지 대상에서 제외했다.

뮌헨안보회의 참석을 위해 독일을 방문 중인 존 켈리 미 국토안보부 장관도 영주권자의 입국 허용 방침에 “좋은 추정”이라고 말해 사실상 시인했다. 켈리 장관은 “첫 번째보다 더 강력하면서도 효율적인 행정명령을 고려하고 있다”며 “비행기를 타고 미국 공항에 도착한 외국인들이 입국하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국가와 협조해 비행기 탑승 전 입국 금지자를 완벽하게 걸러내겠다는 의미라고 WSJ는 분석했다. 새 행정명령은 이르면 21일 발표될 전망이라고 WSJ는 덧붙였다.

법무부도 지난 16일 반이민 행정명령과 관련한 소송을 맡고 있는 미 항소법원에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행정명령을 철회하고 새로운 내용으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개인의 권리 침해를 이유로 반이민 행정명령 취소를 요구하는 관련 소송만 20건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무부와 백악관은 첫 행정명령을 발표한 직후 곧바로 효력을 발휘한 탓에 대혼란에 빠진 만큼 이번에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7~14일의 유예 기간을 두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WSJ는 국무부는 시리아 난민의 무기한 입국 금지 조치가 새 행정명령에서 삭제될 것으로 내다봤으나 백악관 측은 금지 조치가 제외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