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수백명의 불법체류자 체포작전이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언한 ‘불법체류자 추방군(deportation force)’ 가동이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미국 내 이민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2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예고했다.
미국, 불법체류와의 전쟁…수백명 긴급 체포
◆美 전역에서 ‘불법체류자’ 급습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불법체류자 단속은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주도로 주요 대도시를 포함해 9개 주(州)에서 시행됐다. 주요 대도시로는 애틀랜타, 시카고,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이 대상이었고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텍사스, 일리노이, 캘리포니아주 등 동부와 중서부 주요 지역이 타깃이었다.

로스앤젤레스 등 캘리포니아 남부지역에서 체포된 불법체류자 161명 중에는 범죄경력이 있는 사람이 150명 안팎으로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30여명은 이미 멕시코로 추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텍사스주 오스틴에서는 지난 10일 하루에만 30여명의 멕시코인이 구금됐다. 미국 거주 기간이 20년이 넘는 이민자가 일상적인 체류 지위 확인을 위해 ICE를 방문했다가 그대로 체포돼 멕시코로 추방된 사례도 나왔다.

미 전역에서 수백명이 체포된 이번 기습단속은 주요 이민자 사회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 현지 언론이 ‘습격’ ‘청소’ 같은 단어를 사용할 정도로 통상적 수준을 넘어선 광범위한 작전이 개시됐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추방 가능성이 있는 이민자나 이민자 가족의 불안이 커졌다.

이번 체포작전이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계 이민자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확산되면서 히스패닉계 이민사회의 동요가 커지고 있다. 미국 내 불법체류자는 1000만명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300만명의 불법체류자를 추방하겠다는 공약을 지난 대선 기간 내걸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 이번 불법체류자 급습의 ‘타깃 리스트’가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 의해 기준이 정해진 뒤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범죄로 기소된 경력이 없더라도 공공질서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만 가도 구금·추방 대상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말이다.

◆‘제2 반이민 행정명령’ 협공작전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 외에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이민규제 행정명령을 내놓는 방안도 추진하고 나섰다. 야심차게 시도한 반이민 조치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사법부를 우회할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함께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로 이동하는 전용기에서 “반이민 행정명령을 둘러싼 법정 다툼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며 “(법적 판단과 별개로) 새로운 행정명령을 포함해 다른 많은 선택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새 행정명령은 첫 행정명령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 안보를 위해 서둘러야 하며 발동 시점은 13일 또는 14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트위터에 “미국 사법제도는 망가졌다. 법원의 반이민 행정명령 유예 결정 이후 미국에 들어온 난민의 77%가 의심스러운 7개국(이란, 이라크 등 무슬림 7개국) 출신이다. 너무 위험하다”며 반이민 정책과 관련한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12일 오전에는 “불법 범죄자 단속은 내 대선 공약을 지키는 일일 뿐”이라며 “범죄조직과 마약상, 그리고 다른 이들이 제거(remove)되고 있다”고 적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