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유로존에 채무 경감 요구
EU는 "더이상 탕감 없다" 못박아
70억유로 추가 구제금융 불투명

불안한 투자자 국채 대거 팔아
2년물 금리 연 10%대로 급등
'그렉시트' 우려도 재부상
'EU 골칫덩이' 그리스, 또 부도 공포 커졌다

그리스 구제금융을 둘러싸고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3차 구제금융 집행 여부도 불확실해졌다. 그리스가 오는 7월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를 갚지 못할 가능성이 커져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우려로 2년 만기 그리스 국채 금리는 8개월래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IMF-EU 갈등 속 국채 투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협상단과 IMF는 9일(현지시간) 7월 그리스에 제공하기로 약속한 70억유로(약 8조6000억원) 추가 구제금융을 논의했지만 견해차만 확인했다. IMF는 유로존이 추가로 그리스의 채무를 경감해주지 않는다면 추가 구제금융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반면 유로존은 3차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종료되는 2018년 중반까지 추가 부채 탕감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2015년 양측은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를 통해 3년간 그리스에 860억유로를 지원하는 내용의 3차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합의했다. 이날 논의한 70억유로 구제금융도 이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그리스는 재정위기 이후 2010년 채권단으로부터 1차 구제금융을 받았고, 2012년 다시 1000억유로 규모의 채무 탕감과 2차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양측 간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불안감에 투자자가 그리스 국채를 대규모로 팔아치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리스는 4월 14억유로의 부채 상환을 앞두고 있으며, 7월엔 채권단에 41억유로를 갚아야 한다.

CNN머니 등은 추가 구제금융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리스 정부가 7월에 디폴트를 맞이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이날 2019년 만기가 돌아오는 그리스 국채 2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1%포인트 오른 연 10.23%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6월 이후 최고치다. FT에 따르면 이번주 그리스 국채 매도량은 올 들어 가장 많았다.

◆“그리스 채무 지속 불가능”

앞서 IMF는 그리스 경제 분석보고서에서 그리스 경제를 비관적으로 예측해 논란을 부추겼다. IMF는 지난 7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그리스 채무는 지속 불가능하다”며 “결국 폭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폴 톰센 IMF 유럽담당 책임자는 과감한 연금 지출 삭감, 과세 기준 강화, 인프라 지출 증가를 처방으로 제시했다. 또 유럽 채권단이 그리스의 채무를 낮춰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8일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 연설에서 “IMF는 ‘무자비한 진실 선포자’로서 그리스 경제를 솔직하게 평가했다”며 그리스 채무 위기가 심각한 상황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독일, 네덜란드 등 유로존 채권단에 그리스 부채를 줄여줄 것을 압박한 것이다. 그는 “그리스 국민의 엄청난 노력에도 개혁은 미완인 상황”이라며 “개혁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에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그리스는 지난해부터 실업률이 떨어지는 등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며 “IMF는 공정한 평가를 하는 데 실패했다”고 반발했다.

그리스발(發) 위기가 고조되면서 그렉시트(그리스의 EU 탈퇴) 우려도 되살아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EU 주재 대사 후보로 거론되는 테드 맬럭 영국 레딩대 교수는 8일 그리스 스카이TV에서 “이번에는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할 확률이 높아졌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이날 독일 공영방송인 ARD에서 “그리스가 채무를 조정하려 한다면 유로존을 떠나야 한다”고 경고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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