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정지' 조치에도 불확실성·반발은 여전
'미국門 또 닫힐라' 7개국 국적자 이민 서둘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일부 이슬람권 국적자의 미국 입국 금지가 중단됐지만, 불확실성에 따른 혼란과 반발은 여전했다.

지리한 법정공방을 앞두고 취임 초기 트럼프도 첫 시험대에 서게 됐다.

5일(현지시간) 미 CNN 등에 따르면 미국 제9 연방항소법원은 이날 새벽 행정명령의 효력을 회복시켜 달라는 법무부의 긴급요청을 기각했다.

법무부는 전날 시애틀 연방지방법원이 내린 행정명령 집행중지 명령에 맞서 긴급요청 신청과 함께 항고장을 항소법원에 냈다.

항소법원을 거쳐 대법원까지 가면 반이민 행정명령의 운명이 결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취임 보름을 갓 넘긴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이번 행정명령의 향방은 중요하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2주 만에 법원과 충돌하면서 수년간의 법적 공방의 전운이 드리웠다"며 "행정명령을 둘러싼 법 공방이 트럼프 권력에 대한 이른 테스트"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판사에 대한 비판을 잇따라 쏟아내고,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이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면서 트럼프 대 법원의 갈등은 트럼프 대 의회의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법원의 결정으로 한동안 입국이 막혔던 일부 이슬람국 국적자들의 입국이 재개됐지만, 불확실성에 따른 혼란은 이어졌다.

항공사들은 속속 미국행 탑승이 거부됐던 승객들에게 비행기 문을 열었다.

다만 불확실성에 굼뜬 항공사들도 있었다.

AP통신은 "여행 금지 보류에도 몇몇 항공사는 7개국 해외 여행객을 탑승시키는데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확실성을 걱정하는 항공사들의 모습은 공지문에도 잘 드러났다.

독일 루프트한자, 에미레이트 항공 등은 미국 비자를 소지한 이슬람권 7개국 출신의 미국행 여객기 탑승이 가능해졌지만, 이민 규정 상황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행정명령에 분노한 반발 시위도 여전했다.

전날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휴가를 즐기는 플로리다주(州)까지 시위자들이 몰려가 반 트럼프 시위를 벌였다.

'증오와 차별에 반대한다'는 분노의 물결은 대서양을 건너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도 펼쳐졌다.

혼란과 분노가 지구촌을 휩쓰는 가운데 이라크 등 이슬람권 7개 나라 국적자들은 미국 가는 길에 다시 빗장이 내걸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서둘러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이집트의 카이로 공항은 예멘과 시리아, 이라크 출신 여행객 33명이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행정명령으로 이전에 입국이 거부된 사람들이 아니라 미 법원의 결정으로 열린 기회의 문을 이용하려는 자들이라고 공항 관리들이 전했다.

디트로이트에서 반이민 소송을 냈던 아랍미국시민권연맹의 룰라 오운 국장은 입국이 거부됐던 사람들에게 "가급적 빨리 비행기를 타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 주요 공항에서는 가까스로 미국에 입국한 이들이 안도의 눈물을 흘리며 생이별할 뻔한 미국 내 가족들과 포옹을 나누는 장면이 목격됐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난민들도 서두르는 분위기다.

소말리아 난민인 나디르 하산은 AP통신에 미국에 가길 원하는 140명의 난민이 케냐의 다답 난민촌에 다시 보내졌다면서도 미국으로 갈 수 있을지, 가게 되면 시점이 언제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행정명령 이전에 미국행이 결정된 난민은 미국 입국이 허용된다는 입장을 난민단체들에 전달했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