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反)난민 행정명령 파장 일파만파

이라크-예멘인 6명 뉴욕행 여객기 탑승 불허…美케네디 공항에 11명 억류
테러위험국 출신 美영주권자도 대상…비상걸린 기업-대학도 대책마련 분주
행정명령 반대 온라인청원에 美학자 2200여명 서명
지난 28일 미국 워싱턴DC 인근 댈러스국제공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난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행정명령 철회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지난 28일 미국 워싱턴DC 인근 댈러스국제공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난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행정명령 철회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이슬람국가 난민들에 대한 미 입국금지 행정명령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이라크 등 7개 테러위험 이슬람국가 국민들에 대한 △미국 입국 일시 중단 및 비자발급 중단(90일간) △난민 입국 프로그램 중단(120일) △난민 심사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난민 입국규제 강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7개 테러위험 이슬람 국가는 이라크 시리아 이란 수단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이다. 이들 국가 국민은 다른 나라 국적을 동시에 갖고 있어도, 미국 영주권을 갖고 있어도 입국 제한을 받게 된다.

AFP와 AP통신 등은 28일 이 행정명령이 시행되면서 벌써부터 일부 이슬람국가 국민들에 대한 미국행 비행기 탑승 거부, 미국 도착 후 공항 억류 등의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반발하는 학계와 시민단체의 반발도 미국 뿐 아니라 해외서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입국거부되고 공항에 발 묶이고

28일 이집트 카이로를 떠나 미국 뉴욕으로 향하는 이집트항공 여객기를 타려던 이라크인 5명과 예멘인 1명의 탑승이 거부됐다. 이들은 모두 미국 입국에 유효한 비자를 소지하고 있었으나 탑승을 저지당했다.카이로 공항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입국금지 조치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란 테헤란의 여행사 2곳은 아랍에미리트(UAE) 에티하드와 에미레이트, 터키 항공으로부터 ‘이란 국적자는 미국 비자가 있더라도 미국행 여객기에 탈 수 없으며, 미국행 항공권도 팔지 말라’는 지침을 전달받았다.

미국에 도착한 뒤 억류된 사례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발동된 직 후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한 이라크 난민 2명이 공항에 억류됐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조치로 뉴욕 케네디 공항에 11명이 억류돼 있다”면서 “미 전역에서 하루 150∼175명의 무슬림 입국자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 기업들 비상

미국시민자유연맹(ACLU)과 국가이민법센터 등 시민단체들은 무슬림 입국금지 조치가 불법이라며 백악관을 상대로 소송을 공식으로 제기했다.오마르 사드왓 ACLU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평등’에 대한 전쟁이 이미 끔찍한 인적 피해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테러위험 7개 무슬림 국가 출신들을 고용하고 있는 미국 기업이나 무슬림계 교수와 학생들이 있는 대학에도 비상이 걸렸다. 인도 출신의 구글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는 지난 27일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이번 행정명령이 우리 동료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우리는 그동안 이민문제에 대한 우리의 (포용적) 시각을 공개적으로 밝혀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발혔다. 구글은 7개 국가 출신 직원 187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민자 가정의 후손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는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트럼프 대통령 행정명령의 영향에 대해 우려한다”면서 “우리는 이 나라를 안전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지만, 그것은 실제로 위협을 가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미국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프린스턴 대학은 학생과 교수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당분간 외국 여행을 삼갈 것을 권고했다. 이는 무슬림계 학생이나 교수들이 미국을 떠났다가 입국이 금지되는 만일의 사태를 피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해외 정상들도 트럼프 비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세계 질서를 뒤흔드는 트럼프의 정책에 유럽이 대항하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도 트위터에서 “박해, 그리고 테러와 전쟁을 피해 도망온 사람들에게 ‘캐나다 국민은 종교와 관계없이 여러분을 환영한다’는 점을 밝힌다”면서 “다양성은 우리의 힘이다. 캐나다에 오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노벨상 수상자 12명을 포함해 미국 학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반난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온라인 청원에 서명했다. 온라인 청원에 서명한 미국 학자는 2200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문은 “이 행정명령은 출신국을 기준으로 많은 이민자와 비이민자를 불평등하게 겨냥한다”며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며 인종·종교적 ‘프로파일링’은 우리 가치와 원칙과 극명하게 대조된다”고 밝히고 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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