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루스코니 최측근…EU 3개 핵심요직 중도우파 제1당 독차지

유럽의회 신임 의장에 이탈리아의 보수 정치인 안토니오 타이아니(63)가 당선됐다.

타이아니는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치러진 유럽의회 의장 선거 4차 투표에서 351표를 획득해 282표에 그친 같은 이탈리아 출신 중도 좌파 정치인 잔니 피텔라 후보를 따돌리고 의장으로 선출됐다고 AP,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독일 정계로 복귀하려 사퇴를 발표한 마르틴 슐츠 의장의 후임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그는 유럽의회 751석 중 최다인 217석을 가진 중도우파 유럽 국민당(EPP)의 후보로 나섰다.

언론인 출신인 타이아니는 이탈리아 중도우파 '전진 이탈리아' 소속으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2010∼2014년 EU 집행위 집행위원을 지냈다.

그는 당선이 발표되자 의회에서 자신의 승리는 지난해 8월 이탈리아 강진 희생자들과 유럽 테러 희생자들의 승리라면서 "힘겨운 삶을 사는 모든 이에게 주의를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이아니는 이날 앞서 치러진 1∼3차 투표에서도 줄곧 선두를 달렸다.

EPP가 의회 4번째 교섭단체인 자유민주당그룹(ALDE)과 포퓰리즘 세력에 맞선 '친유럽' 연대에 합의하면서 ALDE 후보인 기 페어호프슈타트 대표가 사퇴했다.

이 때문에 타이아니의 우세가 일찌감치 점쳐졌다.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극우·포퓰리즘 세력의 득세로 분열 위기를 맞은 시기에 타이아니는 향후 2년간 EU 입법을 담당하는 유럽의회 의장으로서 유럽 통합을 이끌 책무를 안게 됐다.

또한 브렉시트를 환영하는 입장인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취임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유럽 세력확장 시도에 맞서 유럽을 수호할 과제도 받아 들었다.

내년 말∼2019년 초로 예상되는 브렉시트 협상 결과 승인 역할을 맡은 유럽의회를 이끌면서 2019년 5월 치러질 유럽의회 선거를 관리할 책임도 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차기 의장이 된 타이아니에게 축하를 보내며 협력하기를 고대한다"고 환영하면서 "통합된 강한 EU에는 건설적이고 효율적인 유럽의회가 필요하다"고 기대했다.

타이아니가 의장에 선출되면서 EU의 핵심요직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투스크)과 EU 집행위원장(장클로드 융커) 등 세 자리를 모두 국민당그룹이 차지하게 됐다.

퇴임하는 슐츠 의장은 중도좌파 사회당그룹이다.

타이아니의 부상에 유럽의회 제2 교섭단체인 사회당그룹과 이 그룹의 피텔라 후보는 권력 균형을 깨뜨리는 독점 행위라며 반발해 왔다.

또한 유럽의회의 주류 세력인 중도 우파와 중도 좌파 진영이 지난 10년간 협력해 온 '대연정'이 깨짐에 따라 중대한 시기에 EU 의회 활동과 입법 절차가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로마·서울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