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트럼프 시대] 미국 인프라시장…한국에 기회냐, 속빈 강정이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한 1조달러 규모의 미국 인프라 재건은 한국 기업에 기회일까, 아니면 속 빈 강정일까.

트럼프 당선자의 취임이 20일로 다가오면서 미국 사회간접자본(SOC) 시장 진출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시장이 새로 열리는 시점에 맞춰 서둘러 진출해야 한다는 의견과 진출해도 별로 기대할 게 없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KOTRA 워싱턴무역관은 지난 11일 서울 본사 국제회의실에서 ‘트럼프 시대의 미국 공공인프라 시장: 한국 기업의 진출 기회와 전략’이라는 제목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이종건 워싱턴무역관장은 “한국 건설회사들은 세계 7위의 기술 경쟁력과 4위권의 가격 경쟁력, 다양한 해외 건설시공 경험 등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 기업의 인프라 사업 참여에 대한 현지 반감 등을 감안했을 때 한국 기업이 진출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분야는 금융 투자, 자재 공급, 건설서비스(용역) 등 크게 세 가지다. KOTRA는 건설-정보기술(IT)-기자재-서비스분야 기업 등이 선단형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출할 것을 제안했다. 정부는 국책은행 등을 통해 투자 회수 기간이 긴 프로젝트의 리스크를 줄여주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현지 중소기업, 소수민족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어 주(州) 정부가 발주하는 소규모 프로젝트를 따는 전략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인프라 수주 때 필요한 현지 사업수행 실적을 보완하기 위한 우회 전략이다.

KOTRA는 아울러 대규모 토목공사보다 트럭 휴게소, 고속도로 휴게소, 공원, 도로조명, 주차장 현대화 등 특화된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해 사업실적을 축적한 뒤 유지 및 보수 시장에 참여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한국 정부 쪽 시각은 다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가 내놓은 인프라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 미지수고, 이뤄지더라도 미국 기업 위주로 추진될 가능성이 커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982년 제정된 미국 연방교통지원법은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미국산 우선 구매) 규정을 담고 있다. 공익 침해와 가격 급등 우려가 없고, 미국산 공급이 불가능할 때가 아니라면 도로공사의 경우 철강은 100%, 제품은 60% 이상 미국산을 쓰도록 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을 위반해 국제분쟁 소지가 있지만 미국 정부는 이 규정을 유지하고 있다.

KOTRA는 이르면 상반기 미국 인프라 시장 공략을 위한 투자사절단을 구성해 버지니아 등 주정부를 돌며 진출 가능성을 타진할 계획이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