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트럼프 시대] "140억달러 버지니아 인프라시장, 한국기업 뛰어들길"
오브리 레인 미국 버지니아주(州) 교통부 장관(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1조달러 인프라 프로젝트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너무 낙관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민간기업이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인프라 사업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공약을 조정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버지니아주가 추진하는 민자사업에 대해선 “모든 사업이 공개 경쟁으로 이뤄진다”며 “기술력 있는 한국 기업의 참여를 적극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레인 장관은 지난 13일 버지니아 노퍽시(市) 상공회의소에서 기자와 만나 주정부가 추진하는 인프라 민·관 합작 투자사업(PPP) 현황과 트럼프 당선자가 제시한 인프라 투자 공약의 성공 조건 등을 설명했다.

2014년 1월 취임한 그는 1만명의 교통부 직원을 거느리며 연간 50억달러에 이르는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버지니아는 레인 장관의 주도 아래 현재 네 건의 민자유치 건설사업을 벌이고 있다. 다른 열세 건의 사업도 준비 중이다. 버지니아는 미국 전역에서 가장 활발하게 PPP를 하는 지역으로 다른 주정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레인 장관은 트럼프의 1조달러 인프라 투자 공약과 관련,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인프라 투자에 소홀했고, 이 때문에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 대통령이 인프라 개선에 의욕적으로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가 의도한 대로 민간기업이 사업에 뛰어들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원하는 충분한 수익을 오랫동안 보장해줄 인프라 투자사업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레인 장관은 민간사업자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투자금의 82%를 세액공제해준다는 공약에 대해서도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대부분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된다”며 “참여 업체가 원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 모델이지 세금 감면이 아니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행정 절차와 환경규제 등을 간소화하는 것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나는 민주당원이지만 환경규제가 너무 심하다”며 “사업 구상에서 착공까지 평균 3년 정도 걸리는데 환경영향 평가에만 2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어떤 경우에는 환경영향 평가에만 5년 이상 걸린다”고도 덧붙였다.

레인 장관은 “기존 도로 옆에 새 도로를 건설해도 처음부터 똑같은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트럼프 당선자가 이런 절차를 간소화한다면 환영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지니아주에서는 진행 중인 14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사업 가운데 상당 부분이 PPP 방식을 채택했다. PPP 대부분에 외국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레인 장관은 “앞으로 기술력 있는 한국 기업의 많은 참여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버지니아 주정부는 PPP 독립사무소(VAP3)를 뒀다. 사무소엔 15명의 직원이 사업에 참여하길 원하는 기업의 수요를 파악하고 우선사업대상자 선정, 입찰제안서 평가 등 실무를 하고 있다.

노퍽=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