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도 하기 전에 금융시장의 불신에 직면했다. 재정 확대와 감세를 핵심으로 한 경제정책(트럼프노믹스)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 국채의 실질수익률은 최근 한 달 새 연 0.74%에서 0.38%로 반토막 났다. 실질수익률은 채권 투자 시 받는 명목이자에서 물가상승률을 제외한 실제 이익률을 뜻한다. WSJ는 경기전망이 나쁠수록 실질수익률은 하락한다며 향후 경기가 불확실할 경우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채권수익률 하락은 가격 상승을 뜻한다.

이 신문은 미 국채 수익률의 가파른 하락은 투자자가 트럼프 당선자의 경제정책을 재평가하고 있음을 뜻한다고 해석했다. 최근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19,900선 안팎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달러화 가치가 올 들어 약 1% 하락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전했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도 최근 트럼프노믹스의 효과가 불확실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자신이 속한 브루킹스연구소 블로그에 올린 ‘Fed와 재정정책’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노동시장이 완전고용에 가까워지면서 수요 자극에 대한 필요성은 훨씬 약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인플레이션을 과도하게 높이지 않으면서 생산성을 높이고, 경제를 효율화시키는 세제개혁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핌코가 현금비중을 늘리는 대신 주식과 고위험·고수익 채권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댄 아이버슨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닥터둠’ 마크 파버도 지난 11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자가 임기 중 Fed에 4차 양적완화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