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트럼프 시대] 전병제 KOTRA 디트로이트 무역관장이 본 트럼프노믹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는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역)’의 심장이다. 이곳은 최근 확연한 변화의 흐름을 타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처음으로 공화당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 자동차산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정부의 대대적 지원과 업계의 뼈를 깎는 자구 노력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2~3년간은 역대 최고 판매량과 생산량을 기록했다. 금융위기 전보다 더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미 자동차산업의 부활은 한국 부품업체에도 기회가 되고 있다. 이런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과제다.

과거 한국 부품업체의 미국 진출 방식은 부품 수출 위주였다. 요즘은 현지에 사무소를 세우거나 직원을 파견하고, 미국 내 공장을 직접 설립하는 사례가 많다. 이른바 현지화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도 이런 적극적인 투자를 요구한다. 한국 자동차부품 기업을 소개하려고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주요 기업의 구매 담당자들을 만나면 가장 먼저 문의하는 게 바로 미국이나 북미지역에 생산시설이 있는지 여부다.

기술이나 가격 경쟁력은 그 다음에 물어본다. 2015년 한국 자동차 부품업체인 A사는 미국 현지 부품업체 B사와 거래를 위해 접촉한 뒤 미국 내 공장 설립을 결정했다. 거래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당한 리스크를 안았다. A사는 B사와 최종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현지화를 서두르는 것은 한국뿐이 아니다. 중국 기업들은 디트로이트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한국 기업의 M&A 거래를 지원하려고 미국 투자은행과 회계법인 등을 접촉하면 알짜 기업들은 이미 중국 기업에 넘어갔다는 소식을 듣기 일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포드나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많은 기업을 설득해 미국 내 투자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미국 현지 투자는 정치적 판단을 넘어 부활하는 미국시장을 뚫고 들어가기 위한 생존 차원의 전략으로 이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