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초불확실성(hyper-uncertainty)의 시대’로 불린다. 글로벌 정치·경제 지형도를 새로 그릴 ‘빅 이벤트’가 줄줄이 예고된 반면 과거의 틀과 잣대로는 결과를 쉽게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망의 난도가 높아진 만큼 주요 이벤트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관심도 커지고 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내다본 새해 지구촌의 주요 정치·경제 이슈 ‘예상 결과’를 소개한다.
바람 잘날 없는 지구촌…올 1년도 만만찮다
◆익숙한 과거와 결별

연초부터 ‘결별’이 미국과 유럽의 정치·경제 상황을 대변하는 용어가 될 전망이다.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가 45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면 ‘오바마케어’(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도입한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TPP)’ 등 오바마 정부의 주요 정책은 폐기 처분될 것으로 예고돼 있다. 미국 정부의 러시아 외교관 35명 추방으로 얼어붙었던 미·러 관계도 트럼프 취임 이후 ‘경색’에서 ‘해빙’으로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점쳐진다.

영국과 유럽대륙 간 결별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의회 동의 없이 유럽연합(EU)과 탈퇴 협상을 할 수 있는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해 3월31일부터 탈퇴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다발 대선

유럽과 아시아 각국에서는 ‘대선의 해’를 맞는다. 유럽대륙의 양대 축인 독일과 프랑스, 중동의 맹주 자리를 노리는 이란의 대선 결과는 정책 흐름이 크게 달라지는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 유럽과 중동 모두 국수주의를 발판으로 한 반동세력이 힘을 얻는 모습이어서 주목된다.

전초전은 4~5월께 열리는 프랑스 대선이다. 4월23일 치러지는 프랑스 대선에선 EU 탈퇴와 난민 추방 등 극우적 정책을 표방하는 마린 르펜 국민전선 후보가 얼마나 득표할지 관심사다. 다만 5월7일 결선투표까지 이어질 경우 온건·보수 성향인 프랑수아 피용 공화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FT는 내다봤다. 5월에는 중동 정치와 글로벌 유가의 방향타 역할을 할 이란 대선이 치러진다. 온건·개혁 성향의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이란 내에서 대(對)미국 강경노선을 표방한 보수파의 입김이 세지고 있는 만큼 대외정책이 바뀔 가능성도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터키에서도 4~5월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공고히 할 대통령중심제 개헌안 국민투표가 치러진다.

9~10월 독일 총선에선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4연임 여부에 따라 유럽통합과 이민정책의 큰 흐름이 바뀔 수 있다. 독일에서 잇달아 발생한 테러로 메르켈 총리가 추구한 난민 포용정책이 비난을 받고 있어 유럽에서 극우주의와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이 다시 힘을 얻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위안화·美금리 어디까지

중국에선 11월 제19차 중국 공산당대회가 열린다. 나이 및 임기 제한 규정을 폐지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 이후에도 계속 집권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등 시 주석 1인 지배체제가 강화될 것이란 예상이다. 새로 교체되는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도 친(親)시진핑 인사들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관심은 정치변동뿐 아니라 중국이 지난해와 같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또다시 시행할지 등에 쏠리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해 예고한 것처럼 올해 세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FT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세가 지속될 것이지만 시장에선 Fed가 가파른 속도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는 보지 않는 시선이 주류”라고 평가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