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의 여유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왼쪽)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미소 띤 얼굴로 트럼프 당선자를 바라보고 있다. 팜비치AP연합뉴스
< 트럼프의 여유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왼쪽)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미소 띤 얼굴로 트럼프 당선자를 바라보고 있다. 팜비치AP연합뉴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 4강(强) 지도자들의 신년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자국 우선주의’다. 이들은 여기에 기반해 강력한 대내외 외교안보·경제 정책을 펴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국가 리더십이 부재한 한국으로선 ‘강 대 강’ 구도가 펼쳐지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트럼프 당선자 “많은 적들도 행복하길”

오는 20일 퇴임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말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린 3분30초짜리 신년 메시지 동영상에서 기후변화, 건강보험 개혁, 이란 핵협상 타결 등 자신의 8년 업적을 홍보하는 데 집중했다.

최대 관심은 새해 충돌이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신년 메시지 내용에 쏠렸다. 양국은 트럼프 당선 이후 외교와 통상분야에서 이전보다 더 격해진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많은 적과 나에게 무참히 패해 어찌할 줄 모르는 이들을 포함해 모든 사람에게 행복한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썼다.

짧은 신년 덕담이지만 자신의 대선 승리를 재차 강조하면서 앞으로는 자신에게 맞서지 말라는 경고를 날린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중국 등 다른 경쟁국에는 행복하려면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자신과 보조를 맞출 준비를 하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과정에서부터 중국에 대해 “미국인의 피를 빨아먹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환율조작국 지정, 45% 보복관세 부과, 불공정 무역행위 대응 등 대(對)중국 강공을 공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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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 ‘중국의 이익’ 강조

시 주석도 단호하고 강력한 대외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관영 중국중앙(CC)TV, 중국국제방송 등을 통해 “우리는 평화 발전을 견지하면서도 영토주권과 해양 권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그 누가 어떤 구실을 삼더라도 중국인들은 절대로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는 물론 이 해역 내 항행자유권을 내세워 개입하고 있는 미국에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다고 재확인한 셈이다.

◆아베 총리 “새로운 일본 만들겠다”

미국과 함께 대중 봉쇄전략을 선도해 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신년사에서 “격변하는 국제 정세의 격랑 속에서 적극적인 평화주의의 깃발을 더 높이 들고, 일본을 세계 한복판에서 빛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13년 9월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적극적 평화주의를 주창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 허용과 미·일 상호방위조약 개정을 추진해 왔다. 이달 새롭게 출범하는 트럼프 정부와 손잡고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위상을 높여 나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는 또 “새로운 나라 만들기를 본격 시작하겠다”는 장기 집권 의지도 내비쳤다. 2012년 12월 취임한 아베 총리는 작년 9월 자민당 총재 재선에 성공해 임기가 2018년 9월까지 늘어났다.

◆푸틴 대통령, 트럼프에게 축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 대신 트럼프 당선자에게 새해 축전을 보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임기 22일을 남겨놓고 러시아의 미국 대선 해킹에 책임을 물어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하는 등의 초강경 보복 조치를 취했다.

푸틴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힘과 조국의 힘을 믿는다”며 “2016년은 쉽지 않은 해였지만 우리가 당면했던 어려움은 우리를 단결시켰고 전진을 위한 가능성의 거대한 잠재력을 열어놓았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도쿄=서정환/베이징=김동윤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