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한령 이은 중국 강수에 촉각…춘제 유커 한국맞이에 '빨간 불'

중국이 내년 1월 한국으로 향하는 전세기 운항을 전격 불허한 것으로 알려져 춘제(설날)기간 중국인 관광객(유커) 맞이에 비상이 걸렸다.

일각에서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반발해온 중국이 최근 한국 연예인을 상대로 암묵적인 금한령(禁韓令)을 내린 데 이어 유커의 한국 방문을 제한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30일 베이징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음 달 한국의 3개 항공사가 신청한 8개 노선의 전세기 운항이 불허됐다고 밝혔다.

전세기 운항은 통상 20일께 해당 항공사가 중국 민항국에 신청해 다음달 노선 허가를 받고 있는데 내달 운항에서 전면 불허통지가 떨어진 것이다.

전세기 운항 불허로 당장 한국행 관광객을 모집한 중국 여행사들이 대체 항공편을 찾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고객들에게 위약금을 물어줘야하는 상황이 됐다.

전세기를 제공하는 한국 항공사나 한국의 호텔, 면세점, 식당 등 유통·관광업계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성수기에 전세기로 오는 유커를 받지 못하는 전례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다음 달 전세기 운행을 신청했다가 불허된 노선은 제주항공이 장쑤(江蘇)성에서 인천 2개 노선, 산둥(山東)에서 인천 1개 노선, 네이멍구(內蒙古)에서 인천 2개 노선, 광둥(廣東)에서 인천 1개 노선 등 모두 6개노선으로 가장 많았다.

또 아시아나 항공이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에서 인천 1개 노선, 진에어는 구이린(桂林)에서 제주로 가는 1개노선 등 모두 3개사 8개 노선이 불허됐다.

중국 민항국은 전세기 운항 불허 사유에 대해 명확히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일부 중국 온라인 여행업체들 사이에서는 한국에서 확산하는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이라는 얘기가 올라오고 있으나 이런 사유는 통상 명시적으로 불허사유로 거론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베이징 소식통은 오히려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보복조치의 일환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앞서 지난 10월에는 같은 이유로 중국 정부가 화둥 지역(상하이·장쑤·저장·안후이), 베이징, 쓰촨성 등 각 성의 여행사에 한국행 중국인 관광객 수를 전년 대비 20% 줄이라는 지침을 여행사에 통보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한중간 전세기로 오가는 관광객 수는 전체의 3% 수준으로 비중은 크지 않지만 향후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성수기에 여행사가 대체 항공편을 찾지 못할 경우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기는 주로 중국인 단체여행객들이 이용하고 있다.

중국 국적항공사의 전세항공기 취소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한국행 중국인 관광객 대부분은 한국 항공사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기 불허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관광 리스크가 자꾸 발생하면 여행사들이 한국상품 취급을 꺼릴 수도 있어 더 큰 문제다.

전세기 운항이 취소된 한 항공사 베이징지사 관계자는 전날 공문으로 불허통보를 받고 민항국에 들어갔으나 불허사유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1월에 이어 2월에도 전세기 운항이 불허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한국행 단체관광객 모집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전세기 운행 불허방침에 대해 민항국에 사실확인과 대책을 강구중이다.

(베이징연합뉴스) 진병태 홍제성 특파원 jb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