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터키-이란 감시·보증국 역할…IS 등 테러단체는 휴전서 제외
내달 카자흐서 평화협상 개시…러, 시리아 주둔 병력 감축 계획


시리아 내 정부군과 반군의 전면적 휴전에 관한 협정이 맺어져 30일 0시(현지시간) 발효한다고 러시아가 공식 발표했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9일 낮 자국 외무·국방부 장관 면담에서 "몇 시간 전에 (시리아 사태 해결과 관련한) 3개의 문서가 서명됐다는 보고를 막 받았다"며 이런 사실을 공표했다.

러시아와 함께 휴전 중재에 나섰던 터키 정부도 이날 시리아 정부와 반군 간 휴전 합의 사실을 공개하며 터키, 러시아 양국이 이번 휴전의 보증국으로서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시리아 정부와 온건 성향의 일부 반군 대변인들 역시 휴전 합의 사실을 확인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러시아와 터키는 그동안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부와 반군 세력을 각각 지원하며 시리아 내전에 깊숙이 개입해 왔으며 이번에는 직접 나서 휴전을 중재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서명한 3개 문서에 대해 "첫 번째는 시리아 휴전에 관한 정부와 야권 간 합의 문서, 두 번째는 휴전 준수 감독을 위한 일련의 조치에 관한 문서, 세 번째는 시리아 평화협상 개시 준비 선언 등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시리아 휴전 합의는 러시아, 터키, 이란 등의 공동 노력의 결과"라고 평가하면서 "(지난 20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3국 외무·국방부 장관 회담에서 세 나라는 휴전 준수 감독은 물론 평화협상 보증국 역할을 맡겠다는 의무를 자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3국 공동 노력의 결과인 휴전 합의는 아주 깨지기 쉬운 것이라며 각별한 주의와 인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은 푸틴 대통령에게 "휴전 합의가 30일 0시부터 발효할 것"이라며 "휴전 협정에 모두 6만 명 이상의 병력을 보유한 무장조직들이 서명했다"고 보고했다.

이와 함께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 주둔 러시아군 병력을 줄이자는 국방부의 제안에도 동의했다.

다만, 그는 국제테러와의 전쟁과, 테러단체와 싸우는 시리아 정부에 대한 지원은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리아 국방부도 푸틴 대통령의 발표에 뒤이어 내놓은 성명에서 "30일 0시부터 시리아 전역에서 전투행위를 중단한다"고 밝혔다고 타스 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와 자바트 알누스라(자바트 파테알샴) 등의 일부 극단주의 테러 조직은 이번 휴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시리아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IS와 자바트 알누스라, 그리고 이들 조직의 연계단체들은 휴전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반군의 한 소식통도 "IS가 장악한 지역은 휴전 지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시리아 사태를 논의했다고 크렘린궁이 전했다.

두 정상은 통화에서 러시아와 터키의 중재로 시리아 정부와 온건 반군이 전면휴전과 평화협상으로의 이행에 합의한 데 만족을 표시하고 향후 대테러전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정상들은 특히 다음 달 카자흐스탄에서 열릴 예정인 시리아 정부와 야권 간 협상의 중요성에 공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한 러-터키-이란 3국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고 러시아 외무부가 밝혔다.

터키 정부도 이에 앞서 새해가 오기 전에 시리아에서 휴전을 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AP·AFP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부 장관은 이날 터키의 한 뉴스채널과 한 인터뷰에서 "터키와 러시아 양국은 새해가 시작되기 전 시리아 전역에서 휴전이 이행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그러면서 시리아 휴전 이행을 위해서는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포함해 모든 외국 무장 세력이 시리아에서 철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헤즈볼라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 시리아에 수천 명의 대원을 파견한 상태다.

다만, 차우쇼을루 장관은 터키와 러시아 중재로 다음 달 중순 열릴 예정인 아스타나 회담이 유엔이 추진하는 시리아 평화협상과 경쟁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0일 러시아-터키-이란 3국 외무·국방 장관들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연 회담에서 시리아의 전면적 휴전과 평화협상 개시에 합의한 바 있다.

당시 회담에서 미국 등 서방 국가는 제외됐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3일 연말 기자회견에서 "시리아 정부군의 알레포 점령과 반군 퇴각에 뒤이은 다음 조치는 시리아 전역에 걸친 휴전에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후 국제사회가 시도한 평화협상은 기본적으로 알아사드 정권과 반군 간 협상을 러시아, 서방, 수니파 아랍국가가 중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리아군과 반군이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을 때는 미국과 러시아가 시리아 사태의 해법을 논의했다.

그러나 시리아군의 알레포 동부 장악을 앞두고 열린 시리아군과 반군 간 휴전협상에서는 서방과 유엔이 배제되고 러시아와 터키가 주요 중재자 역할을 했다.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군의 알레포 점령을 계기로 서방이 아닌 터키와 이란을 상대로 협상을 벌여 시리아 휴전 합의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휴전 합의가 지켜질 경우 시리아 정부와 야권은 다음 달 중순 아스타나에서 러시아와 터키가 중재하는 평화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모스크바·카이로연합뉴스) 유철종 한상용 특파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