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료들 잇단 야스쿠니 방문…방위상 "미래지향적 세계평화 구축위해 찾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진주만 방문 직후 일본 정부 각료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가 잇따르고 있어 진주만 방문의 진정성에 대한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은 29일 오전 7시55분께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 구 소재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했다.

현직 방위상이 야스쿠니신사에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참배 후 기자들에게 "(방명록에) 방위대신(방위상) 이나다 도모미라고 적었다.

방위대신인 이나다 도모미가 한명의 국민으로서 참배했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의 평화로운 일본은 국가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신 귀중한 분들의 토대 위에 있는 것이라는 것을 잊은 적 없다"고도 말했다.

이나다 방위상은 26~27일 아베 총리의 미국 하와의 진주만 방문에 동행을 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와 함께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인한 희생자들을 위령한 뒤 귀국한 다음날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하면서 방위상의 자격으로 참배했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나다 방위상은 "세계 평화 구축을 위해 참배한 것"이라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그는 "가장 치열하게 싸운 일본과 미국이 지금은 가장 강한 동맹관계가 됐다.

이런 것들을 보고해 미래지향적으로 일본과 세계의 평화를 구축하고 싶다고 생각해 참배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중국 등의 반발에 대해서는 "어떠한 역사관을 가져도, 어떠한 적 혹은 아군이더라도, 어떤 국가라도 조국을 위해서 목숨을 바친 분들에 대해 감사와 경의, 추도의 뜻을 표하는 것은 이해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다 방위상은 그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일본의 책임에 물타기하는 발언을 하고 A급 전범의 처벌을 결정한 극동군사재판(도쿄재판)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해왔다.

야스쿠니신사는 지난 8월 방위상에 취임한 뒤 이번에 처음 참배한 것이지만, 과거 여러 차례 참배한 바 있다.

행정개혁담당상으로 재직했던 2013년 4월 28일(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발효일), 8월 15일(패전일)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으며 이후 자민당 정조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참배를 했다.

지난 8월15일 일본 패전일 당시에는 해외 출장 중이어서 자신이 회장인 '전통과 창조의 모임' 소속 의원들이 대신 참배했었다.

이나다 방위상에 앞서 이마무라 마사히로(今村雅弘) 부흥상이 28일 오후 1시께 야스쿠니신사를 찾았다.

아베 총리가 미국 하와이 진주만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진주만 공습 희생자를 추모한 직후 야스쿠니신사를 찾은 것으로,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이 진정성이 결여된 '퍼포먼스'에 지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아베 총리는 진주만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전쟁의 참화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만 말했을 뿐 끝까지 전쟁 사죄와 반성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아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정부와 국민들로부터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야스쿠니신사는 근대 일본이 일으킨 크고 작은 전쟁에서 숨진 약 246만6천여 명을 신으로 떠받들고 있는 곳이다.

교수형 당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를 비롯해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도 합사돼 있다.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