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6%만 소득세 내는 인도, 이번엔 '세제개혁' 칼 뺐다
지하자금을 양성화하겠다며 지난달 기습적으로 화폐 변경을 단행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두 번째 개혁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납부율이 1%대에 불과한 소득세를 아예 폐지하고 금융거래세를 신설하는 방안이다.

모디 총리는 지난달 9일 기존 500루피(약 8850원)와 1000루피권의 사용을 중단하고 새로운 1000루피와 2000루피권을 발행하는 급진적인 화폐개혁을 시행했다. 화폐를 바꾸는 과정에서 과세가 불가능한 ‘검은돈’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구권은 내년 3월까지만 쓸 수 있다.

신권 발행 규모가 교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국민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모디 총리는 더욱 극단적인 방안을 구상 중이다. 소득세를 없애고 모든 은행 거래(계좌이체)에 2%의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내용이다. 인도에서 개인소득세를 납부하는 사람은 1250만명으로 전체 성인 인구(7억6000만명)의 1.6%에 불과하다. 현금 거래 비중이 높다 보니 납세자는 대부분 월급수령자고 자영업자는 ‘세금 무풍지대’에 살고 있다.

모디 총리를 비롯한 세제개혁파는 부동산과 같은 거래가 은행을 통해 이뤄지면 현행 소득세를 유지하는 것보다 세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도 증권회사인 앰빗캐피털의 사우라브 무케르제아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신권 발행량이 적어 은행 거래 비중이 커지는 만큼 과세 대상이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디 총리는 검은돈을 자진 신고하면 세금을 대폭 깎아주고 은행에 돈을 넣어주겠다는 당근책도 제시했다.

기존 세금제도를 뒤흔드는 급진적 정책에 비판적 의견도 많다. FT는 “주류 경제학자들은 화폐개혁에 따른 혼란이 이미 상당해 새로운 방안을 도입하기 어렵고 금융거래세는 간접세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의 조세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비판한다”고 전했다. 은행 거래를 강제하기 위한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문제다.

브라질은 1990년대 금융거래세를 도입했다가 금융거래를 저해한다는 평가 속에 10년 만에 폐지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