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진주만의 애리조나기념관을 방문해 헌화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하와이 진주만의 애리조나기념관을 방문해 헌화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 하와이 진주만을 찾아 일본의 진주만 공습에 대한 사죄나 반성은 거론하지 않은 채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부전(不戰)’의 맹세와 미·일 간 화해만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회담한 뒤 진주만에 있는 애리조나추모관을 방문해 공동 헌화했다. 일본 현직 총리가 진주만 애리조나추모관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애리조나추모관은 1941년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으로 침몰한 미군 함정 애리조나함 위에 세워진 희생자 추도시설이다.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은 지난 5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원폭기념관 방문의 답방 성격이 강하다.

아베 총리는 침략에 대한 사죄나 반성 없이 “전쟁으로 희생된 헤아릴 수 없이 무고한 희생자의 영혼에 영원한 애도의 정성을 바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법 지배를 존중하며 부전의 맹세를 견지했다”며 “이 같은 방침은 앞으로도 고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미·일 간 화해와 동맹의 의의를 거듭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과 미국은 역사에 드문 깊고 강한 동맹국”이라며 “내일을 개척하는 희망으로 동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인에게 진주만이 화해의 상징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역사적인 행보가 ‘화해의 힘’을 보여준다”며 “미·일 관계는 세계 평화의 주춧돌이며 두 나라 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고 화답했다.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의 침략을 받은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아베 총리를 향해 “쇼하지 말고 침략의 역사를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일본이 역사 문제의 화해를 진정으로 추구한다면 진주만이 아니라 중국과 한국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의 이번 방문으로 일본이 미국과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를 도널드 트럼프 차기 대통령에게 다시 각인시켰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평가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당선 후 처음으로 트럼프를 만난 외국 정상이며 오바마가 마지막으로 만난 외국 정상이다.

도쿄=서정환 특파원/워싱턴=박수진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