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기업 회장들이 세금 인하 필요성을 잇따라 제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 음료 대기업인 와하하그룹의 쭝칭허우(宗慶後) 회장은 최근 개최된 포럼에서 중국이 기업에 숨 쉴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세금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5일 중국 뉴스포털 왕이(網易·163.com)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쭝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직후 법인세를 15∼35% 인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며 "트럼프가 실물 경제를 도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쭝 회장은 "강한 실물 경제 없이 부유하고 강한 국가가 될 수 없다"며 "정부가 자금이 부족하면 기업에서 더 모을 수 있지만, 기업에 압살되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느냐. 그때는 정부가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업체에 유리를 납품하는 중국 푸야오(福耀) 글래스의 차오더왕(曹德旺·70) 회장도 최근 기자 회견에서 미국의 세금 부담이 중국보다 훨씬 적다고 말했다.

'중국의 유리왕'으로 불리는 차오 회장은 미국에 10억 달러(1조1천966억 원 상당)를 투자해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힌 뒤 미국 진출 이유로 세금과 지대, 에너지, 노동력 등 원가비용의 차이를 들었다.

중국 경제 전문가들도 감세 논쟁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 톈진차이징(天津財經)대 리웨이광 회계학 교수는 이달 초 1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뒤 '죽음의 세금'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중국의 조세 부담을 비판했다.

설문조사를 후원한 베이징(北京)의 유니룰(天則)경제연구소는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금과 수수료 등 정부 수입 비율을 뜻하는 '거시 조세 부담'이 스웨덴과 덴마크, 노르웨이 등 세계 최대 복지국과 비슷한 40%에 달한다고 밝혔다.

유니룰경제연구소 장린 연구원은 "중국이 경제 안정을 위해 국유기업이 시행하는 사업을 통해 주로 집행되는 정부 지출에 의존하고 있다"며 "중국이 이러한 모델을 바꾸지 않으면 대규모 감세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기업 영업세를 부가가치세로 바꾸는 세제 개혁을 통해 기업의 세 부담을 5천억 위안(약 84조1천850억 원)이 경감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기업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SCMP가 전했다.

탕다제 중국기업연구원 비서장은 "의미 있는 감세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트럼프가 미국 기업을 위해 세금을 인하하면 중국 제조업이 더 빨리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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