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러시아 충돌] "미국 NTC에 맞설 몇 가지 무기 준비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대중(對中) 강경파’로 유명한 피터 나바로 UC어바인 교수를 국가무역위원장에 내정하자 중국 관영 언론과 학자들 사이에서도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나바로의 국가무역위원장 지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질문받자 “협력이 양측의 유일한 옳은 선택이며, 우리는 미·중이 노력해 경제·무역 관계를 포함한 양국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된 발전을 유지하기를 바란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반면 중국 관영 언론과 학자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3일 ‘트럼프가 대중 무역 비판자를 뽑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가 나바로 교수를 국가무역위원장으로 발탁함으로써 미·중 간의 무역전쟁 발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도 사평(社評)에서 “트럼프의 나바로 지명은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공격적으로 펼치겠다는 신호”라며 “나바로는 대만에는 우호적인 인물로 많은 중국인은 그를 반(反)중국 학자로 간주한다”고 비판했다.

환구시보는 이어 “트럼프가 나바로에게 중요 직책을 맡겼다는 것은 중국에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니다”며 “중국 정부는 환상을 버리고 트럼프 정부의 어떤 공격적인 움직임에도 맞설 완벽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찬룽 인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도 “미국은 철강 분야에서 중국에 매우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라며 “중국도 미국에 압도적 우위를 가진 분야가 무엇인지 파악해 무역전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통상담당 부처인 상무부가 이미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상무부의 정책자문위원을 지낸 청다웨이 인민대 경제학과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먼저 움직이진 않겠지만 미국에 맞설 몇 가지 무기를 준비하고 있다”며 “중국 상무부는 매우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언론들은 중국이 미국에 맞설 수 있는 효과적인 대응 카드로 △보유 중인 미국 국채 매각 △애플 퀄컴 GM 등 중국 내에서 활동 중인 미국 기업에 대한 독과점 조사 △미국산 농산물 수입 규제 △보잉사 항공기 구매 제한 등을 거론하고 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