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 중국…미국 "곡물 수입제한 부당" WTO에 제소

커지는 미국-중국 통상 갈등

"저율관세할당 장벽으로 미국 곡물업자들에 불이익"
중국은 GM에 벌금 예고…양국 갈등 경제로 '확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하나의 중국’ 원칙 불인정 발언 이후 양국 간 갈등 양상이 통상 분야로 번지고 있다.

미국은 15일(현지시간) 중국이 미국산 쌀과 밀, 옥수수 수입량을 부당하게 제한했다는 이유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을 제소했다. 중국이 ‘저율관세할당(TRQ·tarriff-rate quotas)’으로 알려진 복잡한 수입 장벽을 불투명하고 예측 불가능하게 운영해 미국 곡물업자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것이다. TRQ는 최소시장접근 등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쿼터로 정한 수량이다. 일정 물량까지는 저율의 관세를, 쿼터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더 높은 관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미국은 2013년 중국에 23억달러(약 2조7200억원) 규모의 쌀과 밀, 옥수수를 수출했다. 그러나 중국이 수입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지난해 수출량이 3억8100만달러로 6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마이클 프로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의 TRQ 정책은 WTO 규정에 어긋나며 고품질 곡물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중국 소비자에게 수출하려는 미국 농업계의 기회를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최근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의 시장경제지위(CMS)를 인정하지 않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지난 12일 WTO에 제소했다. 14일에는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자동차회사에 반독점 규정 위반 혐의로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과정에서 내년 1월 취임한 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45%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또 지난 2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한 뒤 중국 당국으로부터 “하나의 중국 외교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 이 원칙은 협상 가능한 대상이 아니다”는 비판을 받았다.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는 14일 워싱턴DC에서 미국 대기업 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존에 대해서는 미국과 협상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