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 시위…알레포 주민들 "왜 다들 침묵하나" 절박한 호소

시리아 알레포에서 휴전이 하루도 못 가 깨지고 교전 재개로 주민들의 고통이 이어지자 국제사회에서 알레포의 비극을 끝내라는 비판과 연대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국제 기구들과 지구촌 시민들은 영향력 있는 국가들이 나서 알레포 비극을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프랑스 파리의 상징 에펠탑은 알레포 희생자들을 기리며 조명을 껐다.

14일(현지시간) AFP·AFP·신화통신,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유엔은 시리아 정부군과 그 동맹세력이 민간인이 밀집한 지역을 공습하는 것은 국제법을 위반하는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공격받고 포위된 사람들을 앞에 두고 협상이 흔들린 일은 사람들에게 더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줬다가 반나절 만에 바로 낚아챈 것으로, 극악하게 잔혹하다"며 주민들을 '희망고문'하는 상황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유럽의회도 적대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전체회의를 열어 알레포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 논의했다.

유럽의회 내 최다 의석을 점유하고 있는 중도우파 유럽 국민당그룹(EPP)의 만프레트 베버 대표는 "유럽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게 명확해졌으며 유럽의 난민 수용도 더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함부르크, 프랑스 파리, 보스니아 사라예보, 모로코 라바트 등 세계 곳곳에서 알레포 주민들에 연대를 표하고 알레포 내전에 개입한 '외부세력' 러시아, 이란 등에 해결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쿠웨이트에서는 약 2천명이 러시아 대사관 주변에 모여 시리아 정부군 지원하는 러시아를 비판했다.

이들은 '범죄를 중단하라' '알레포를 구하라' 플래카드를 들고 일대를 행진했다.

시리아를 탈출한 난민 40명은 그리스 북부 항구도시 테살로니키에 있는 러시아 영사관 주변에서 러시아의 알레포 폭격에 항의했다.

파리에서는 알레포 주민들과 뜻을 함께한다는 취지에서 밤 8시 에펠탑을 밝히는 불빛을 껐다.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알레포에 포위된 사람들을 지지하는 제스처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국제사회에도 다시 시급한 행동을 촉구하는 상징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수백명이 파리에 모여 알레포 주민들에 대한 지지와 연대 의사를 밝히는 시위를 벌였다.

일부는 알레포 비극을 상징하는 붉은 색 옷을 입고 나왔다.

국제사회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알레포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유엔 시리아조사위원회(COI)는 "즉결 처형, 무분별한 체포, 강제 실종, 강제 징병 등 친정부군에 의해 자행된 폭력이 지속되고 있다는 무수한 보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알레포를 탈환하기 위해 싸우는 정부군이 이곳 주민들을 지옥으로 밀어 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경없는의사회(MSF)도 알레포 동부에 남아있는 의사들이 정부군의 보복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즉각 철수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알레포 주민들도 사회관계망(SNS)을 이용해 참상을 중계하고 있다.

시리아 내전의 참혹함을 트위터로 알려온 '알레포의 안네 프랑크' 7살 소녀 바나 알라베드의 엄마 파테마는 "지금 이곳에는 강력한 폭격이 쏟아지고 있다. 왜 다들 침묵하는가? 공포가 나와 나의 아이들을 죽이고 있다"고 트위터에 썼다.

현지 미디어 활동가 살라 아슈카르도 트위터를 통해 "방금 내가 있는 건물 지붕에 미사일이 떨어졌다. (철수용)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목숨을 건지기 위해 피난처를 찾아 다시 뛰어 돌아왔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gogo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