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매체, 트럼프 용인술에 촉각…"미·중·러 삼각관계 만드나"
신화통신 "트럼프가 책임져야"…주중 암참 "양국 관계 안정" 강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드는 발언을 잇달아 쏟아내고 친(親) 러시아 성향의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를 국무장관에 지명해 '친러반중' 행보를 본격화하자 중국 정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사업가 기질을 드러내며 중국의 약점을 건드리는 외교를 펼 기색을 보여 향후 미·중 관계에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4일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의 '느닷없는' 통화를 시작으로 대만을 사실상 국가로 대우하며 중국을 흔드는 데 대해 중국 정부는 미·중 관계의 바탕으로 작용해온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차 표명하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 고위 관료들이 트럼프 진영과 접촉하면서 미·중 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희망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트럼프의 속내를 파악하려는 탐색전을 병행하고 있다.

이 소식통은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에 앞서 미·중 양국이 기 싸움을 하는 양상"이라며 "기 싸움에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관영 신화통신이 이날 논평을 통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파괴하는 언동은 위험하고 미·중 관계의 기초를 흔드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이를 지키지 않으면 미·중간 건강한 관계 발전과 협력을 모두 이룰 수 없다"고 경고한 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통신은 이어 "대만 문제는 미·중 관계의 핵심 문제이며 가장 민감한 문제로 1979년 이래 어떤 미국 현직 또는 차기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에 대해 무책임한 발언을 한 적이 없고 이런 원칙을 넘어선 적이 없다"면서 트럼프 당선인을 겨냥했다.

또 "양안 관계를 평화롭게 발전시키는 것은 미·중 관계의 장기적 발전과 세계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양국은 존중을 통해 큰 방향을 잡아야 하며 갈등이 심화하지 않도록 관련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야 하고 실무적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외교담당 실무사령탑인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국무위원은 최근 미국을 방문해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를 비롯한 트럼프 당선인 인수위원회 측 인사들과 만나는 등 물밑 탐색도 벌이고 있다.

양제츠 국무위원은 트럼프 진영의 의중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췄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탐색전과 더불어 중국 해군은 지난 9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불의의 해상 충돌을 막기 위한 합동군사훈련도 했다.

군사적인 협조 의지도 피력한 셈이다.

중국은 관영매체를 통해 친러파인 틸러슨 국무장관 지명이 중국과 러시아의 밀월 관계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메시지도 날렸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트럼프 용인술이 미·중·러 삼각관계 만드나'라는 사평(社評)에서 우선 "틸러슨이 국무장관이 된다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좋은 인상을 주며 미·러 관계 개선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그러면서 "향상된 미·러 관계가 중·러 관계를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그런 걱정은 터무니없으며 전문적인 식견도 아니다.

미·러 관계의 증진은 양국 관계의 긴장 감소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이들 정상이 한때 악수를 하며 미소를 짓겠지만 돌아서면 현안에 대해서는 비난할 가능성이 크다"고 일축했다.

이어 "어느 정도 미·러 관계가 증진되더라도 중·러의 포괄적인 전략적 파트너십 협력은 영향받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러는 국경 또는 이데올로기 분쟁이 없고 러시아가 힘들 때도 러시아를 위하는 중국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관영 매체를 통해 트럼프 당선인의 중국에 대한 압박이 중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경고하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미국 커피체인점 '스타벅스' 매장이 중국에 2천500여 개에 달할 정도로 중국 시장을 휩쓸고 있는데 트럼프 당선인 발언의 후폭풍이 영향을 미치면 영국 업체 '코스타 커피'에게 많은 시장을 내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2012년 중일 영유권 분쟁 당시 일제 불매 운동 등으로 일본 기업이 치명타를 입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에 의문을 제기한다면 중국 내 미국 기업들이 이보다 더 큰 손실을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중 마찰이 현실화하면 한국과 일본 등에도 불똥이 튈 것이라고 글로벌 타임스는 전했다.

이에 제임스 짐머맨 주중 미상공회의소 의장이 진화 작업에 나서, 미국 기업들은 중국과 경제적인 분쟁을 원치 않는다면서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들은 확실성과 안정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차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 당선인이 틸러슨을 국무장관으로 지명한 것은 미·러 관계 개선을 위한 신호일 수 있으나 중국과 아시아 나머지 지역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는 불분명하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팡중잉(龐中英)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틸러슨의 국무장관 지명이 미국 외교에 대한 현재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켰다"면서 "틸러슨이 푸틴을 안다고 해도 미·러 관계가 즉각 좋아진다는 의미는 아니며 여전히 조심스레 다뤄야 할 많은 민감한 현안들이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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