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과 '17년 친분'·공직 경험 없지만 게이츠·체니·라이스 등 공화 안보거물 등 대거 추천
2006년부터 엑손모빌 CEO로 세계 누벼…트럼프 "광범위한 경험·지정학 정통 국무장관 적격"
NYT "결함 있는 인선" 비판…공화 내부서도 반발해 상원인준 난항 전망
트럼프 '친러 반중' 행보 노골화…북핵해법 등 한반도문제 두고 미·중 마찰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3일(현지시간) 초대 국무장관으로 친(親) 러시아 성향의 석유 거물인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낙점했다.

이로써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 등과 함께 대체로 강경한 색채의 외교·안보 라인 인선이 완료됐다.

그러나 틸러슨 국무장관 지명자가 공직 경험이 전무한 데다가 미국과 적대적인 러시아와 친밀한 관계라는 점에서 외교수장 적격성을 놓고 거센 논란이 예상된다.

또 트럼프 당선인이 속한 공화당 내에서도 반발이 거세 틸러슨 지명자가 과연 상원 인준청문회의 문턱을 넘어 트럼프의 '인사 실험'이 성공할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틸러슨을 국무장관으로 지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틸러슨이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 지도자의 한 명이자 국제적 협상가(deal maker)"라며 "광범위한 경험과 지정학에 대한 깊은 이해 등의 경력을 가진 그는 국무장관으로서 탁월한 선택"이라고 발탁 배경을 밝혔다.

또 "틸러슨이 지역 안정을 증진하는 한편 미국의 핵심 국가안보이익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0일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틸러슨과 2시간 이상 면담했으며, 이후 측근들에게 틸러슨이 여타 후보들과는 다른 '수준'(league)에 있다고 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틸러슨은 딕 체니 전 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 등 공화당 주류 외교안보전문가들의 강력한 추천을 받았으며, 트럼프 당선인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도 그를 지지했다고 NYT는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정권 인수위 관계자를 인용해 "게이츠 전 국방장관이 트럼프타워 면담에서 틸러슨을 가장 먼저 추천했다"며 "트럼프 당선인은 틸러슨에 대해 많이 알지 못했지만 틸러슨과 면담을 한 뒤 두 글로벌 협상가들은 죽이 맞았다"고 전했다.

정권 인수위 관계자는 "두 사람은 서로의 비슷한 점을 알아봤으며 대화를 하면 할 수록 서로 좋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게이츠 전 장관도 "틸러슨은 광범위한 지식과 경험, 수십개 정부 및 전 세계 지도자들과의 협상 성공 등의 경력을 바탕으로 국무장관직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64세인 틸러슨은 텍사스 주에서 자랐으며, 1975년 엑손모빌에 입사해 2006년 CEO에 올랐다.

오랜 기간 공화당 인사들과 밀접했지만, 공직 경험은 없다.

엑손모빌을 경영하면서 외국 정상을 비롯한 고위 인사들과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진영에서는 틸러슨의 정유회사 CEO로서 경영능력과 광범위한 세계 지도자들과의 인맥, 지정학에 대한 정통한 이해 등의 자질이 국무장관에 적격이라고 강조한다.

문제는 그가 미국 내 대표적인 친러시아 인사라는 점이다.

엑손모빌은 러시아와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를 포함해 러시아와 다양한 합작사업을 해왔으며, 틸러슨은 2012년 러시아 정부훈장인 '우정훈장(Order of Friends)'도 받았다.

러시아와의 합작사업 때문에 틸러슨은 버락 오바마 정부가 주도한 서방의 대(對) 러시아 제재에도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물론 트럼프 당선인의 '친정'인 공화당의 일부에서까지 틸러슨의 배경과 전력을 문제 삼고 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앞서 공식 성명을 통해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틸러슨을 선택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면서 "트럼프가 당선되도록 미국 대선에 개입한 푸틴에게 또 다른 승리를 안겨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상원 군사위원장인 존 매케인(애리조나) 의원과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의원 등이 이미 틸러슨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공화당 대선 경선에 나섰던 루비오 의원은 "미국의 최고 외교관이 이해 상충의 가능성에 자유로워야만 한다"며 "심각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NYT는 이날 국무장관 낙점 사실이 알려진 뒤 사설을 통해 틸러슨의 지명을 "결함 있는 인선"이라고 비판했으며, 워싱턴포스트도 "틸러슨은 유능한 경영인이지만, 러시아와의 관계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꼬집었다.

이러한 반발 속에서도 트럼프가 틸러슨 지명을 고수함에 따라 향후 의회 인준 과정에서 거센 진통이 예상된다.

인준청문회 과정에서도 엑손모빌의 러시아 사업이 집중 추궁될 것으로 보인다.

상원 인준 표결에서 민주당이 그의 지명을 일괄 반대하고 공화당 내에서도 3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오면 인준은 실패한다.

특히 최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돕기위해 러시아가 해킹을 통해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고 결론을 내린 점까지 맞물려 트럼프 내각의 '친러시아'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또 친러 성향의 틸러슨이 외교수장으로 낙점되면서 최근 중국에 각을 세우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의 '친러 반중' 행보가 노골화하면서 북핵 해법 등 한반도 문제를 놓고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그간 진통을 겪었던 초대 국무장관 인선이 마무리됨으로써, 트럼프 내각 외교·안보 핵심 인선도 윤곽을 갖췄다.

그동안 국무장관 자리를 놓고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CIA 국장,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 등 후보군이 치열한 경합을 벌여왔다.

볼턴 전 대사는 국무 부(副)장관 발탁 가능성이 점쳐진다.

(서울·워싱턴 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