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극우 정치인의 장례식에서 '평화헌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하게 드러냈다.

13일 교도통신과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12일 도쿄 시내에서 열린 극우 정치인 오쿠노 세이스케(奧野誠亮·103) 전 법무상의 장례식(작별식)에 참석해 조사를 통해 "헌법을 (일본) 자신의 손으로 제정해야 한다는 선생(오쿠노 전 법무상)의 신념이야 말로 자민당의 골격이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만약 선생이 남긴 것이 있다면 그 뜻을 확실히 우리들이 받아 계승해 갈 것을 약속드린다"고도 말했다.

산케이신문은 참배자들이 이 '약속'을 헌법개정을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6일 노환으로 숨진 오쿠노 전 법무상은 평화헌법의 개정과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등을 줄곧 주장했다.

우익 성향 산케이신문은 오쿠노 전 법무상이 호헌(護憲·헌법개정 반대) 목소리가 지금보다 높았던 시대에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헌법 개정을 호소해왔다고 설명하며 작년 11월에는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회견에서 "이제 슬슬 독립적인 헌법을 만들자"고 말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여당 자민당은 일본이 전쟁과 무력행사를 포기하며 육해공군과 여타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헌법 9조의 개정을 통해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 근간에는 현행 헌법이 일본을 통치했던 연합국 측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자민당은 헌법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 같은 사실을 적극 알리고 있지만, 야당인 민진당은 "(헌법에) 일본의 주체성이 발휘됐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연립여당에 참여하고 있는 공명당 역시 "강압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주장 자체가 지금은 의미가 없다"며 입장차를 보이는 상황이다.

헌법개정 논의는 지난 7월 중의원 선거로 개헌에 찬성하는 개헌세력이 개헌안 발의 요건인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 다음 지난달 국회에서 본격화된 상황이다.

오쿠노 전 법무상은 생전 역사 문제 등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망언을 한 바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위안부들은 모집에 참가한 사람들이 상행위(商行爲)를 한 것으로, 국가가 관여한 사실은 없다"고 말해 피해자들의 분노를 샀다.

그는 같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그렇게 심한 일을 하지 않았으므로 일본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도 했으며 국토청장관을 역임하던 중에는 중일 전쟁에 대해서는 "일본에 침략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가 발언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도 했다.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