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확대되는 G2 충돌

미국·중국 무역·환율·국방 등 전방위 충돌
트럼프, 대만카드로 무역·북핵 압박 시사
중국 "미국에 맞설 충분한 탄약 있다" 경고
< 트럼프의 ‘역습’ > 환구시보를 비롯한 중국 관영 언론들이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에게 “‘하나의 중국’ 정책은 결코 흥정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10일 ‘아웃사이더의 역습’이란 제목으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소식을 전한 베이징의 한 신문. 베이징AFP연합뉴스

< 트럼프의 ‘역습’ > 환구시보를 비롯한 중국 관영 언론들이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에게 “‘하나의 중국’ 정책은 결코 흥정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10일 ‘아웃사이더의 역습’이란 제목으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소식을 전한 베이징의 한 신문. 베이징AF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이번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놓고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반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세계무역기구(WTO) 내 중국에 대한 시장경제국지위(MES) 부여 문제에 이어 주요 2개국(G2) 간 전선이 확대됐다.

중국을 최대 수출시장으로 두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의 굳건한 동맹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한국으로선 G2 간 충돌이 늘어나면서 외교안보·경제 분야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의 중국·북핵·환율 불만 쏟아낸 트럼프…선택지 좁아지는 한국

◆트럼프 작심한 듯 대만카드 언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11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만 카드’를 작심한 듯 꺼내들었다. 그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며 “무역 문제를 포함한 다른 사안을 협상하지 않는다면 왜 우리가 하나의 중국 정책에 얽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는 중국의 통화가치 평가절하와 (미국산 수입제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 남중국해 대형 요새(인공섬) 건설로 피해를 보고 있는데 중국은 이런 것들을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 “중국은 북한과 관련해 우리를 전혀 안 도와준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중국이 그 문제를 풀 수 있는데 그들은 전혀 도와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런 현안을 해결하는 데 중국이 미국에 협조하지 않으면 미국 정부도 ‘하나의 중국’ 정책을 더 이상 유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다. 미국은 1979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면서 이 원칙을 지켜왔다.

워싱턴DC 외교가에서 트럼프 당선자의 ‘하나의 중국’ 원칙 흔들기는 예정된 수순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미국은 지난해 총 7350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이 중 절반(3657억달러)이 중국과의 교역에서 나왔다. 미국 기업들이 가장 많이 공장을 이전한 지역도 중국이다. 중국 문제를 풀지 않고는 경제 공약을 현실화하고 재선에 나설 방법이 없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당선자가 대만 문제를 협상칩(bargaining chip)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나의 중국은 흥정대상 아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12일 ‘트럼프는 똑똑히 알아둬라: 하나의 중국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트럼프는 자신의 힘이 강하면 모든 물건을 사고팔도록 강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한 뒤 ‘하나의 중국’ 정책을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볼 것”이라며 “중국은 충분한 ‘탄약’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인민일보는 ‘미국 국채 매도’ 카드를 꺼내들었다. 천펑잉(陳鳳英) 중국 국제경제관계학회 부비서장은 평론을 통해 “미국의 부채 규모가 이미 20조달러에 육박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는 빚을 돌려막는 채무의 수렁에 갇혀 스스로 빠져나올 수 없는 지경이 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9월 말 현재 중국은 1조1600억달러에 이르는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해외채무의 20%에 달한다. 미국의 최대 채권국 중국이 미 국채를 대거 매도하면 국채 가격이 떨어지면서 금리가 오를 수 있다.

◆미·중 간 거센 ‘기싸움’ 해석도

트럼프 당선자가 공약으로 내세운 중국 위안화 환율조작국 지정이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45% 관세 부과 등은 중국의 반격 때문에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와 달리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사드 배치, WTO 내 시장경제국지위 부여 등 굵직한 현안에서는 G2가 계속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보는 시각이 많다.

중국 상무부는 12일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미국 등이 중국에 MES 부여를 거부한 것에 대해 WTO에 공식 이의절차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워싱턴=박수진/베이징=김동윤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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