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술 없이 중·일 내용에 언급…한국전·가수 싸이 언급

호주에 한국은 4대 교역국이 될 정도로 중요한 국가가 됐지만, 호주 학생들 교재에는 한국 내용이 매우 빈약해 호주 사회 내 한국의 인지도 미흡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주시드니 한국교육원(원장 강수환)이 최근 역사와 지리 등 호주 중고생용 교과서(교재)들을 분석해 12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교재는 한국의 발전상 등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한국의 위상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호주 4개 주 다수의 하이스쿨(중고교 과정)에서 사용되는 교재 총 26종과 사례분석 1종 등 모두 27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역사 9종, 역사·지리 4종, 지리 9종, 경제 3종 등이다.

역사 교재들의 경우 한국을 단독으로 기술한 내용을 찾아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간혹 보여도 중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 역사를 다루는 과정에서 나라 이름만 언급될 정도였다.

구체적으로 한국을 통해 일본에 유교와 불교가 소개되었다거나 냉전을 다루면서 분쟁 중 하나로 한국전쟁을 언급하는 식이었다.

9학년(중학교 3학년)~10학년(고교 1학년) 대상의 한 역사 교재에는 한국이 수백 년간 중국의 '속국'(vassal state)이라는 표현마저 있었다.

지리 교재의 경우 역사 교재보다는 한국 언급이 많았으나 2000년대 중반에 발간된 것을 그대로 쓰고 있어 한국의 발전상이나 더욱 가까워진 한국-호주 관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 역사든 지리든 교재 거의 모두에서 동해는 '일본해'로 표기되고 있다.

한국 내용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가운데 역사와 지리 교재 각 1종에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가수 싸이가 '강남 스타일'로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는 내용이 소개됐다.

보고서 작성자인 뉴사우스웨일스대(UNSW) 대학원의 김영미·이근주 연구원은 "역사는 말할 것도 없고 교과목 전반에서 중국과 일본보다 한국 내용이 아주 부족하다"며 한국과 호주 간 경제 관련도와 한국문화의 세계화를 고려해 한국 분량을 좀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 내용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과 관련해서는 연방정부의 교육과정 가이드라인(지침)을 지목했다.

이근주 연구원은 "호주의 교과서 제도는 자유발행제로, 학교나 교사가 교과과정에 맞춰 출판된 다양한 교재 중 자율적으로 채택하고 교재와 함께 여러 참고서와 온라인 자료 등을 활용해 가르친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교사들이 주로 연방정부 교육부에서 마련한 교육과정 지침을 받아들이고 있는데, 여기에는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에 대한 언급이 없어 학교에서 한국에 대한 수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수환 교육원장은 "한국에 대한 내용이 위상에 비해 너무 적다"며 "새 학기가 시작되는 내년 초에는 연방 교육부와 교재 출판사들에 한국 소개 자료와 함께 개선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외교부가 벌이고 있는 '외국 교과서 내 한국 발전상 기술 확대' 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cool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