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 보도 "주일미군 주력 해병대·공군은 해외파견용"
육군 주력 주한미군은 '한국 방어용'


"안보문제는 걱정 안 한다. 주일미군은 해병대와 공군이다. (다른 나라로) 옮기면 미국의 부담이 커진다. 이 점을 트럼프에 설명하면 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예상 밖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한 말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한국은 곤혹스러울 거다. 주한미군은 육군이니까"라고 덧붙였다.

9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트럼프가 "미군 주둔 국가는 주둔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미군 철수도 불사하겠다"고 공언했음에도 불구, 당선 직후 이렇게 단언했다.

그는 그 이유를 "해병대와 공군은 바깥에 배치하기 위한 부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일미군은 일본을 방어한다는 명목으로 주둔하고 있지만, 주력인 해병대와 공군은 한반도에 긴급사태 등이 발생하면 해외에 배치된다는 것이다.

베트남 전쟁 때도 오키나와(沖繩) 현 주둔 주일미군이 가데나기지에서 B52 폭격기를 띄워 북베트남을 폭격했다.

일본은 다른 미군 주둔국보다 주둔비용 부담률이 높다.

이 점을 감안하면 동아시아 각지에 보낼 수 있는 미군을 이 정도 적은 비용으로 둘 수 있는 국가는 일본을 빼고는 없기 때문에 주일미군 철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아베 총리가 언급한 주한미군의 경우 명실상부하게 한국의 방위, 한반도 유사시에 대응하기 위해 주둔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한국 이외의 지역이나 국가에 배치될 가능성이 주일미군에 비해 작다는 것이다.

한국은 곤혹스러울 것이라는 말은 그런 의미에서 한 말인 셈이다.

안보문제를 언급할 당시 아베 총리는 "문제는 자유무역"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기간 여러 차례 언급한 TPP 탈퇴를 의식한 발언이었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은 2차대전 후 일관되게 안보는 미·일 동맹, 경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두 기둥으로 삼는 정책을 유지해 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기간 발언으로 미루어 일본이 유지하고 의지해온 이 두 기둥이 한꺼번에 무너질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었지만 아베 총리는 일찌감치 '안보는 걱정 없다'고 단언하는 대신 자유무역을 걱정했다.

그리고 아베의 이런 예상은 적중했다.

아베 총리는 11월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뉴욕에서 트럼프와 만난 후 기자들이 미·일 동맹과 TPP가 거론됐느냐고 묻자 "동맹은 신뢰가 없으면 기능하지 않는다. 나는 트럼프를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확신한다"고만 말했다.

TPP 문제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나흘 수인 11월 21일 트럼프는 "취임 첫날 TPP 탈퇴를 통보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베 총리의 불안이 적중한 셈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안보문제에 관한 아베 총리의 장담이 들어맞을지는 트럼프 당선인의 차기 미국 정부 정책이 구체화할 때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lhy501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