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폰 출시로 스마트폰 혁명이 일어난지 10년째가 되는 내년, ‘가상비서’라 불리는 ‘지능형 에이전트(Intelligent Agent)’ 프로그램의 보급으로 정보기술(IT) 업계가 다시 한번 전환점을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생각하는’ 가상비서가 일상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경제신문이 8일 국내 독점 발간한 ‘2017 세계경제 대전망’에서 “인공지능(AI) 분야의 발전으로 내년은 가상비서 서비스 분야에서 획기적인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내다봤다.

대형 IT 기업인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삼성전자 등은 AI 기반 가상비서 사업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출시될 갤럭시S8에 가상비서 기능인 ‘S보이스’를 탑재할 예정이다. 애플은 음성인식 시스템인 ‘시리’를 내년 가상비서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고, 페이스북도 ‘M’이라는 가상비서 서비스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가상비서 기능인 ‘알렉사’를 장착한 아마존의 AI 스피커 ‘에코’,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구글 홈’ 등은 이미 출시됐다.

가상비서 기능을 탑재한 기기는 내년부터 일상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 편집자는 “기기 반응속도와 음성인식 능력이 개선되면서 상용화될 수 있는 수준에 올라섰다”고 설명했다. 사용자는 앞으로 일일이 단어를 칠 필요없이 키워드만으로 가상비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사람은 타자를 분당 평균 40단어 밖에 치지 못하지만 가상비서는 분당 150단어를 알아들을 수 있어 사용이 훨씬 쉽다.

이코노미스트는 “가상비서로 인해 가장 먼저 변화가 일어나는 분야는 고객서비스, 큰 변화가 일어날 분야는 상거래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용자가 서비스와 물건을 살 때 가상비서를 찾는 빈도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에서다. “항공편이나 영화 티켓을 예약하고 우버(Uber) 택시를 부르며 식료품 등을 주문·배달하는 일 등을 가상비서에게 맡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사용자는 수많은 앱(응용프로그램) 사이에서 선택하는 일을 가상비서가 대신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상 비서와 연동되지 않는 앱을 만드는 기업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얘기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