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기후체제에 대응하기 위한 ‘제1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을 내놨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BAU) 대비 37%에 해당하는 3억1500만t을 감축한다는 로드맵이다. 발전부문 6450만t(BAU 대비 19.4%), 산업부문 5640만t(BAU 대비 11.7%) 등 8개 부문에서 2억1900만t을, 국외에서는 9600만t을 감축한다는 세부 목표도 제시됐다. 해당 산업계는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추가적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가장 많은 감축 목표를 할당받은 발전업계는 말할 것도 없고 철강, 디스플레이, 전기전자업계 등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정부도 이를 의식했는지 향후 국내 경제 상황이나 국제 기후협약의 변동성 등을 반영해 계획을 수정·보완할 것이라고 밝히고는 있다. 하지만 정부가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할지는 의문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온실가스 문제에 대응해온 경과를 보면 오히려 그 반대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한국은 의무 감축국이 아닌데도 국제사회에 무리한 감축 목표를 덜컥 제시한 것이 그렇고, 박근혜 정부가 파리협정을 앞두고 당초 시나리오에도 없던 가장 강한 감축 목표치를 약속한 것 또한 마찬가지다. 더구나 지금은 파리협정의 앞날부터가 불투명한 마당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파리협정에 부정적인 데다 WTO 환경상품협정(EGA)마저 불발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서둘러 온실가스 감축을 치고 나오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는 저탄소와 기후변화 이슈, 환경보호 아젠다 등이 여전히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자칫 환경근본주의에 경도돼 강박증을 가지면 경제만 망치기 십상이다.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는 파리협정 등을 지켜보면서 대응해도 늦지 않다.